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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변호사 박인준의 통찰] 변호사 선임, 언제 해야 할까?
입력 2025-06-10 12:30    수정 2025-06-10 22:19

▲광화문 변호사 박인준의 통찰(비즈엔터DB)

'광화문 변호사 박인준의 통찰'은 박인준 법률사무소 우영 대표변호사가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법과 사람, 그리고 사회 이슈에 대한 명쾌한 분석을 비즈엔터 독자 여러분과 나누는 칼럼입니다. [편집자 주]

"변호사는 재판받을 때 선임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형사사건에 연루된 많은 분들이 제게 던지는 질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찰 조사나 검찰 조사는 '예비 단계'쯤으로 여기고, 정작 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때가 되어서야 변호사를 찾는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큰 오해다.

◆ 형사절차의 실제 흐름을 이해해야

형사사건은 경찰, 검찰, 법원의 순서로 진행된다.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혐의가 인정되면 검찰로 송치되며, 검찰에서 기소되면 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겉보기에는 법원에서의 재판이 가장 중요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경찰 조사 단계에서 이미 사건의 골격이 결정된다.

◆ 경찰 조사에서 사실관계가 정해진다

경찰 조사를 받을 때 이미 사실관계가 상당 부분 정해진다. 피의자의 진술, 증거 수집, 사건의 개요 등이 이 단계에서 틀이 잡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초기에 형성된 사실관계를 나중에 재판에서 뒤집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경찰 조사 때 한 말은 나중에 부인하면 되지 않나요?"라고 묻는 분들도 계시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경찰 조사에서의 진술과 수집된 증거들은 이후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 마치 건물의 기초공사와 같다. 기초가 잘못 놓이면 나중에 아름다운 건물을 올리기 어려운 것처럼, 초기 수사에서 불리한 사실관계가 고착되면 재판에서 뒤집기가 쉽지 않다.

◆ 수사 전략을 미리 세워야 하는 이유

형사사건에서는 크게 두 가지 전략이 있다. 범행을 부인할 것인가, 아니면 인정하고 감형을 요청할 것인가다. 이런 중요한 전략적 판단을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즉석에서 내릴 수는 없다.

변호사와 사전에 충분히 상의하여 사건의 성격을 파악하고, 증거의 정도를 검토한 후, 가장 효과적인 방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경찰 조사 전에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 핵심 이유다.

◆ 방어권, 수사 초기부터 보장받아야

피의자의 방어권은 수사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보장받아야 한다. 경찰 조사 단계에서부터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야 진정한 방어권 행사가 가능하다. 법정에서 화려한 변론으로 극적 반전을 만드는 것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현실에서는 탄탄한 사전 준비와 초기 대응이 사건의 결과를 좌우한다.

사실관계 정리, 증거 분석, 소송 전략 수립 등 모든 면에서 경찰 조사 전 변호사 선임이 훨씬 효과적이다. 변호사가 처음부터 사건에 개입하면 불필요한 불리한 진술을 방지하고, 유리한 증거를 확보하며, 체계적인 방어 전략을 세울 수 있다.

◆ 미리 준비하는 지혜

형사사건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믿을 만한 변호사를 알아두는 것도 중요하다. 위기 상황에서 급하게 변호사를 찾아 헤매는 것보다는, 사건 초기부터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형사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경찰 조사 전에 변호사를 선임하여 체계적으로 대응한다면, 여러분의 소중한 권리를 더욱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