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화문 변호사 박인준의 통찰'은 박인준 법률사무소 우영 대표변호사가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법과 사람, 그리고 사회 이슈에 대한 명쾌한 분석을 비즈엔터 독자 여러분과 나누는 칼럼입니다. [편집자 주]
도심 곳곳에서 전동킥보드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이용자의 증가와 함께 사고 건수도 덩달아 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법적 인식은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전동킥보드가 '차량'인지 아닌지를 두고 일반인의 혼란이 적지 않다. 법적으로는 분명하다. 전동킥보드는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되며, 도로교통법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적용을 받는 차량이다. 이는 곧, 보행자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에도 단순한 과실이 아닌 교통사고로 취급된다는 뜻이다.
◆ 종합보험 여부가 형사처벌을 가른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형사처벌을 면제해주는 제도를 두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종합보험 가입자에 대한 '공소권 없음' 특례다. 이는 사고 피해에 대해 보험을 통해 적절한 배상이 이뤄졌다면 형사적으로는 면책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하지만 전동킥보드는 이 특례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책임보험만 가입되어 있어 종합보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책임보험만으로는 특례 적용이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전동킥보드 사고 가해자는 피해자와의 합의가 성사되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다. 구체적으로는 업무상과실치상죄가 적용되며,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민사 손해배상 문제를 넘어, 형사처벌 가능성까지 수반하는 문제다. 따라서 사고 이후 합의 여부가 사건의 핵심 쟁점이 된다.
◆ 피해자를 위한 현실적인 대응책
피해자 입장에서도 현실적 어려움이 따른다. 가해자와의 합의가 여의치 않거나,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경우엔 손해배상을 받기 위한 민사소송을 별도로 제기해야 한다. 다만 이때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피해자 본인이나 그 가족이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면, 보험 내 무보험차상해 담보를 통해 우선 피해 회복이 가능하다. 무보험차상해 담보는 말 그대로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거나, 보장이 부족한 차량과의 사고 발생 시 자기 보험사를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이후 보험사는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게 된다.
이 제도는 피해자에게 현실적인 대응책이 될 수 있으므로, 자동차 보험 가입 시 무보험차상해 항목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둘 필요가 있다. 특히 킥보드나 자전거, 전동휠 등과의 사고에 대비하고자 한다면 더욱 그렇다.
전동킥보드는 이제 일상 속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법은 이 새로운 이동수단을 단순한 도구로 보지 않는다. 전동킥보드는 차량이며, 그에 따른 법적 책임 역시 무겁다. 사용자와 보행자 모두가 이러한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사고 발생 시 올바른 대응책을 미리 숙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새로운 이동수단의 등장은 편의뿐 아니라 위험을 동반한다. 법의 이름으로 그 균형을 지켜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