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에서 계속
배우 임철수는 작품이 끝난 지금도 자신이 연기한 이충구라는 인물을 여전히 '이해하는 중'이라고 했다. 어느 작품에 들어가든 그는 배우로서의 자아와 배역의 자아를 구분하고, 두 자아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배역이 바라는 것이 제가 이해한 것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깊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더 얕을 수도 있고요. 그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임철수는 새로운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연기 선생님'의 지도를 받는다고 했다. 그의 연기 선생님은 배우 오의식의 동생이자 연극 연출가 오인하로, '미지의 서울'을 준비할 때도 연기 지도를 받았다고 밝혔다.

2004년 데뷔해 올해 21년 차가 됐고, JTBC '정숙한 세일즈', MBC '지금 거신 전화는', tvN '미지의 서울'까지 누구나 알 만한 작품들에 출연하며 인지도까지 얻은 배우가 꾸준히 연기를 배우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지금도 혼나는 걸요. 하하. 경험이 쌓일수록 관성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어요. 물론 쉬운 길이 보일 때도 있어요. 하지만 '이건 이렇게 하면 되겠다'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그 순간부터 제 연기는 내리막을 탈 거로 생각하기에 항상 배우려고 노력합니다."

임철수는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해 오랜 시간 여러 드라마에서 단역을 거쳤다. 그러다 '빈센조'라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작품을 만났고, '미지의 서울'처럼 "오래 꺼내볼 보물 같은 작품"을 남겼다.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스펙트럼을 넓혀온 그는 자신만의 서사를 가진 배우가 되어 있었다.
그는 유연하고 순수하게 늙어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미지의 서울'에서 만난 김로사 역의 원미경은 새로운 지향점이 돼 줬다.
"정말 순수하시더라고요. 연차가 엄청나신데도 굉장히 유연하시고, 아이처럼 현장에서 교감하시는 걸 보면서 '저렇게 돼야 하는구나' 싶었어요. 나도 나중에 저렇게 연기할 수 있을까, 그런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가 꿈꾸는 '배우 임철수'의 미래도 궁금해졌다. 그는 영화 '국제시장',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처럼 한 인물의 일대기를 연기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한 인물의 젊은 시절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쭉 한번 살아보고 싶어요. 체화된 캐릭터로 대중에게 위로를 줄 수 있다면, 그게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가장 큰 영광일 것 같아요."
임철수는 최근 프리다이빙과 복싱을 시작했다. 그는 느린 운동과 빠른 운동을 병행하면서 마음의 빈틈, 숨 쉴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밝혔다. 마음의 여유를 찾은 그는 다시 배우로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타성에 젖지 않고, 정말 온 힘 다해 연기했다. 올해가 끝날 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남은 2025년도 최선을 다하는 배우 임철수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