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화문 변호사 박인준의 통찰'은 박인준 법률사무소 우영 대표변호사가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법과 사람, 그리고 사회 이슈에 대한 명쾌한 분석을 비즈엔터 독자 여러분과 나누는 칼럼입니다. [편집자 주]
"법은 문지방을 넘지 않는다"는 오랜 격언이 있다. 가정은 사적 영역의 마지막 보루이자, 법이 함부로 개입해서는 안 되는 신성한 공간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 문지방을 넘나드는 비극적 사건들이 끊이지 않는다. 바로 가정폭력 범죄다.
가정폭력 범죄는 부부, 부모와 자식, 그리고 함께 거주하는 친족 등 가정 구성원 사이에서 발생하는 모든 형태의 폭력 행위를 의미한다. 단순한 말다툼을 넘어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히는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러한 범죄가 발생했을 때 어떤 경로로 처리되느냐에 따라 당사자들의 인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 형사처벌 vs 보호처분, 갈림길에 선 선택
가정폭력 사건은 크게 두 가지 경로로 처리된다. 첫 번째는 일반 형사 사건으로의 처리다. 피해가 중대하고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원할 경우, 형사 법원에서 일반 범죄와 동일하게 다뤄진다. 이 경우 유죄 판결 시 전과가 남게 되어 가해자의 사회생활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
반면 두 번째 경로는 가정 보호 사건으로의 처리다. 피해자가 처벌보다는 관계 회복을 원하거나, 검사가 형사 처벌보다 보호 처분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할 경우 가정 법원에서 심리된다. 이 경우 가장 큰 장점은 전과가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피의자 입장에서는 훨씬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셈이다.
가정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즉시 임시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접근 제한, 통신 제한, 퇴거 조치 등이 대표적이며, 이러한 조치는 최대 6개월까지 지속될 수 있다. 이는 추가적인 폭력을 방지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다.
가정 법원에서 심리가 진행되면, 판사는 구체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8가지 보호 처분 중 적절한 것을 선택한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명시된 이 처분들에는 보호관찰, 사회봉사 명령, 치료 위탁, 상담 위탁, 감호 위탁 등이 포함된다. 각각의 처분은 가해자의 상황과 범죄의 성격에 따라 맞춤형으로 적용된다.
◆ 변호인 선임과 사회적 낙인의 무게
이러한 과정에서 변호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수사 단계에서부터 가정 보호 사건으로의 진행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피해자와의 합의나 치료 의지 등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다. 전문적인 법률 조력 없이는 최적의 결과를 얻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특히 공무원이나 교사 등 특정 직업군의 경우, 가정폭력 수사나 처분 결과는 치명적인 사회적 파장을 불러온다. 수사 개시 통보와 결과 통보가 소속 기관에 전달되면서 직업적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가족 전체의 생계와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다.
◆ 법정을 넘어선 근본적 해결책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법은 문지방을 넘지 않는다"는 격언의 참된 의미는 가정 내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전한 메커니즘이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를 존중하고 대화로 갈등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불가능할 때, 수사 기관과 재판 기관의 개입은 불가피한 선택이 된다.
결국 가정폭력 범죄의 근본적 해결책은 법정에 있지 않다. 가정 구성원들이 서로를 아끼고 화목하게 지내려는 마음가짐, 그리고 갈등 상황에서도 폭력이 아닌 대화와 이해로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의지가 가장 소중한 방패막이다. 법은 최후의 보루일 뿐, 진정한 해답은 여전히 가정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