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방송되는 EBS1 '건축탐구 집'에서는 우리나라 4대 회계 법인 출신 회계사였던 건축주가 해남으로 와 한옥 집 세 채를 고치게 된 사연이 공개된다.
◆화가 부부의 인건비 제로 하우스
경상남도 남해, 바다 앞 홀로 쓸쓸히 낚시를 즐기고 있는 강태공의 집을 찾아라! 한 대지에 있는 각기 다른 세 채의 집을 모두 직접 지은 건축주 부부. 총 100평 남짓한 세 채의 집을 평당 280만 원에 지은 그들의 정체를 공개한다.
남편 박은일 씨와 아내 권송연 씨는 미대에서 만나 7년을 연애하고 결혼에 골인하였다. 부부에겐 연애 때부터 시골에 가 나만의 작업실을 갖겠다는 꿈이 있었다. 하지만 졸업 후 현실에 부딪혀 시골은커녕 입시미술을 가르치느라 10년을 허송세월했다. 어린 아들만큼은 시골에서 자유롭게 자라길 원했던 부부는 결국 10년 전 산청으로 귀촌을 했다.
산청에서 월세 집만 전전하다 얼마 전 정착하게 된 남해에서 부부는 인건비라도 아껴보고자 직접 집을 짓기 시작했다. 원래는 두 촌집을 수리해 큰 집 안에 넣겠다는 원대한 계획이 있었으나 건축사의 불찰로 성사되지 못했다. 결국 촌집을 철거하고 신축을 택하였다.
그리하여 첫 번째로 지어진 공간은 남편의 목공 작업을 위한 돌집이었다. 산청에서 처음 인테리어를 배웠던 남편 박은일 씨에게는 집짓기를 위한 베이스캠프 같은 곳이다. 남편 박은일 씨는 공방을 지을 때 필요한 자재 이동을 위해 그동안 갈고 닦은 기술로 리프트까지 직접 만들었다. 거기다 현무암을 손수 외벽에 박아 넣어 마치 제주도 돌 창고를 연상케 하는 공방이 탄생하였다.
두 번째 공간은 가족들의 공간인 가정집이다. 먼저 지은 공방이 향토적인 제주도 돌 창고 느낌이었다면 가정집은 스타코로 마감해 유럽 농가주택 같은 느낌을 준다. 남편 박은일 씨가 직접 제작한 호두나무 원목 문을 열면 소박하지만 따뜻한 공간이 가족을 맞이한다. 산청에서 만든 싱크대부터 아내가 좋아하는 매립 욕조까지 남편 박은일 씨의 손길이 안 거친 곳이 없다.
세 번째 공간은 부부의 카페이다. 가정집의 뒷문을 나가면 카페로 통하는 부부의 먹고 살길이 열린다. 부부가 수천 장의 벽돌을 직접 외장에 붙여 탄생한 공간. 유일한 2층인 이 공간은 앞으로 펼쳐지는 푸른 남해 바다를 품기 위해 통창을 달았다. 시공 당시에는 인테리어 좀 해봤다는 남편마저도 유리에 금이 갈까봐 전전긍긍했다. 다행히 아무 문제 없이 시공이 마무리됐고 덕분에 부부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전망을 갖게 되었다.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지만 햇수로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집 세 채를 지은 부부. 멀게 느껴졌던 연애시절 둘이서 꿈꾸던 나만의 작업실은 이제 꿈을 넘어 현실이 되었다.

전라남도 해남, 호랑이 한 마리가 대문을 지키고 있는 시골집이 있다? 늠름한 자태에 호랑이 탈을 쓴 진돗개 구름이가 이 집의 대문지기이다. 그리고 구름이의 주인이자 집 세 채를 고친 작은 거인 김지영 씨가 이 집의 주인이다.
한때 우리나라 4대 회계 법인 출신 회계사였던 지영 씨. 밤을 새는 건 기본에 바쁜 시기에는 링거까지 맞아가며 업무를 보았다. 힘듦의 연속이었지만 나름 재밌게 회계사 생활을 즐겼다는 지영 씨. 그렇게 7년 넘게 회계사로 일하던 어느 날, 브레이크가 걸렸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쌓여 번아웃이 온 것이었다.
업무 전화를 받기 싫어 강아지 정형 행동하듯 집 안을 뺑뺑 돌아다녔으며 수백 개의 메일이 쌓여있는 메일함을 보고 눈물을 참지 못할 정도였다. 결국 지영 씨는 7년간의 회계사 생활을 마치고 해남으로 향했다.
주인 할아버지가 지병으로 서울로 상경하며 매물로 나오게 된 시골집은 구름이와 지영 씨를 품기에 충분한 공간이었다. 이미 해남에 내려와 고친 첫 번째 집에서 디자이너에게 설계를 맡기는 공사를 진행하였고 두 번째 집에서 셀프인테리어를 한 경험이 있었던 지영 씨는 이번엔 직영공사를 넘어 간간이 직접 공사까지도 시도하였다.
먼저 3칸이었던 한옥을 한 칸으로 터서 넓은 공간감을 확보하였고 나머지 한 칸은 반으로 나눠 욕실과 침실로 만들었다. 또한 건축탐구 집에서 본 유럽미장 한옥을 보고 반해 벽부터 천장까지 유럽미장으로 했다.
거기다 지영 씨는 이전에 셀프 인테리어를 했었던 경험을 토대로 자신만의 맞춤 가구를 직접 짰다. 동시에 옛 창틀과 곡식을 빻기 위해 쓰인 학독을 남겨두어 옛 것과 지영 씨의 가구가 만나 조화를 이루게 하였다. 냉장고 옆 틈새 장부터 드레스룸 붙박이장 문들을 내부로 숨겨 동선과 수납의 효율을 신경 썼다.
드레스 룸을 지나면 지영 씨의 욕실이 나온다. 지영 씨의 취향 때문에 설비업자 분들이 애를 먹은 매립수전부터 스테인리스 상판에 하부장이 달린 세면대까지. 시골이라 벌레가 많이 나오는 환경인만큼 로봇청소기가 쉽게 다닐 수 있도록 하부장 밑은 뚫어놓았다. 그렇게 지영 씨는 자신의 아이디어로 완성된 시골집에서 구름이와 함께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군인 아버지를 따라 7번째 초등학교에서 졸업할 만큼 이사를 많이 다녔던 지영 씨. 새로운 공간에 가면 정을 붙이지 않을 생각부터 한 어린 지영 씨는 이제는 집을 세 채나 직접 수리하며 스스로를 치유하고 있다. 거기다 지영 씨는 집 세 채도 모자라 불편하게 쪼그려 앉아 물을 받는 주민들을 위해 ‘옥매수’라는 약수터도 만들었다. 또한 창고를 개조한 사무실에서 시골마을을 위한 재생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제는 회계사 김지영이 아닌 해남의 한 마을의 주민으로서 지영 씨는 오늘도 바쁘게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