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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리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세상은 변했고 그들도 변했다
입력 2026-04-29 12:00    수정 2026-04-29 12:17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 스틸컷(사진출처=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20년 전, 전 세계 사회초년생들의 심금을 울렸던 앤디가 다시 양치질을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하지만 거울 밖 앤디가 마주할 세상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의 파고 속에서 위기에 직면한 전설적인 패션 매거진 ‘런웨이’의 풍경으로 서막을 연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 스틸컷(사진출처=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20년 만에 신임 기획 에디터로 돌아온 앤디(앤 해서웨이 분), 럭셔리 브랜드 임원이 된 에밀리(에밀리 블런트 분), 그리고 여전히 런웨이의 심장부를 지키는 미란다(메릴 스트립 분)까지 영화 속 인물들은 1편의 익숙함을 간직하면서도 세월만큼이나 깊어진 변화를 보여준다.

작품의 메시지도 달라졌다. 사회초년생의 성장과 치열한 생존을 그렸던 1편과 달리 이번 작품은 이미 성장한 이들이 더 빠르고 복잡해진 세상 앞에서 흔들리는 이야기다. 배우들이 내한 기자회견에서 "2편은 1편 이후 20년 뒤에 만들어져야 했던 영화"라고 말한 것처럼 영화는 2026년 현재의 미디어 생태계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 스틸컷(사진출처=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화면은 여전히 화려하다. 뉴욕의 속도감과 유럽의 감성이 교차하고, 런웨이를 수놓는 패션들은 눈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영화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백반증 모델, 성 소수자 모델 등 다양해진 인물들을 통해 지난 20년간 변화한 사회적 인식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SNS와 급변하는 트렌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비단 패션계뿐만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과 겹쳐진다.

반전도 있다. 내용 자체가 흥미롭게 전개되어 지루할 틈이 없고, 곳곳에 배치된 유머 코드는 절로 실소를 자아낸다. 웃음 뒤에는 어김없이 씁쓸함이 따라온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인물들의 모습이, 어딘가 낯설지 않고 오히려 너무 익숙하게 공감된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 스틸컷(사진출처=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2006년 1편의 메가폰을 잡았던 데이비드 프랭클 감독이 20년 만의 후속편도 연출했다. 이미 이 세계를 누구보다 잘 아는 감독답게, 2편은 억지스러운 재결합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인물들에 대한 애정이 화면 곳곳에서 느껴지고, 그 온기가 영화 전체의 톤을 안정적으로 잡아준다. 20년의 공백이 오히려 이 속편을 더 단단하게 만든 이유다.

배우들의 앙상블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앤 해서웨이는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진취적이고 소신 있는 앤디로 돌아왔다. 메릴 스트립의 미란다는 MZ세대에 치이면서도 흔들리지 않으려는 베테랑 상사의 민낯을 날카롭고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에밀리 블런트가 연기한 에밀리는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꼭 한 명씩 마주치는 그 인물이고, 스탠리 투치의 나이젤은 곁에 있으면 얼마나 든든할지 절로 상상하게 만드는 존재감을 발휘한다. 네 사람의 조화가 이 영화를 단순한 속편 이상으로 만들어주는 힘이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 스틸컷(사진출처=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20년 전의 런웨이가 화려함의 이면을 보여줬다면, 이번 런웨이는 변화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더 빠르고, 더 복잡하고,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세상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버티고 있는가. 그 질문을 패션이라는 언어로 가장 세련되게 풀어낸 영화다.

1편을 보지 않아도 따라가는 데 큰 무리는 없다. 하지만 첫 장면부터 인물들의 관계와 감정의 온도를 온전히 느끼고 싶다면, 1편을 먼저 보고 극장을 찾기를 강력히 권한다.

"That's 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