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동원·엄태구·박지현이 2000년대 혼성 댄스 그룹으로 뭉쳤다. 그것도 아이돌 연습생처럼 수개월 퍼포먼스를 갈고 닦았다. 강동원은 댄스머신으로 변신했고 엄태구는 래퍼, 박지현은 센터가 됐다. 영화 '와일드 씽'의 첫 번째 웃음 포인트는 바로 캐스팅 자체다.
'와일드 씽'은 하루아침에 해체된 3인조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이 20년 만에 재기의 기회를 잡기 위해 다시 뭉치는 이야기다. 생계형 방송인이 된 리더 현우(강동원 분), 빚더미에 앉은 폭망래퍼 상구(엄태구 분), 재벌가 며느리로 살아가던 도미(박지현 분)는 20년 전 영광을 잊고 각자의 삶에 안착한 것처럼 보이지만 단 한 번의 마지막 무대를 위해 다시 뭉친다.
손재곤 감독은 2000년대 초반의 감성을 스크린에 정확하게 되살려냈다. H.O.T.로 대표되는 1세대 아이돌과 영턱스클럽·쿨·코요태 같은 혼성 댄스그룹 특유의 에너제틱한 안무, Y2K 세기말 스타일링, 그 시절 귀를 사로잡던 가요 감성이 고스란히 담겼다.

무대 장면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건 꽤 잘 만든 음악들이다. 트라이앵글의 'Love is(러브 이즈)' 등 '와일드 씽' 속 노래들은 2000년대 혼성 댄스그룹 전성기를 떠올리게 하는 익숙한 멜로디와 텐션으로 웃음을 만든다. 배우들이 이를 어설프게 흉내 내는 수준이 아니라 진심으로 소화하기 때문에 관객도 그 시절 활동하던 그룹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보다 보면 '싹쓰리'가 생각난다. 2020년 여름 유재석·이효리·비가 1990~2000년대 감성으로 뭉쳤을 때의 설렘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강동원의 댄스는 그 자체로 이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다. 강동원은 촬영 수개월 전부터 매일 연습실을 찾아 헤드스핀을 포함한 고난도 퍼포먼스를 직접 갈고 닦았다. 여기에 능청스러운 연기까지 자연스럽게 얹어져 강동원이라는 배우의 스펙트럼이 또 한 번 넓어졌음을 실감하게 된다.

엄태구는 트라이앵글에서 늘 세 번째이지만 끊임없이 존재감을 내뿜는 상구의 설움을 그 시절 힙합 감성으로 풀어내며 짠내 나는 웃음을 안긴다. 특유의 저음, 툭툭 던지는 말투와 어딘가 억울해 보이는 표정만으로도 분위기를 뒤집는다.
박지현은 무대 위 상큼함과 무대 뒤 거친 걸크러시를 오가며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재벌집 맏며느리를 연기했던 그가 이번엔 그 우아함을 코미디로 비틀어낸다. 그때의 우아함을 기억할수록 웃음은 배가된다.

'와일드 씽'의 진짜 신스틸러는 오정세와 신하균이다. '39주 연속 2위'라는 한을 품고 야생에서 살던 발라드 왕자 성곤 역의 오정세는 달달한 '고막남친' 이미지와 거친 사냥꾼의 현재를 오가며 웃음 폭탄을 쉴 새 없이 투하한다. 여기에 얄미운 소속사 대표 신하균까지 더해지며 '와일드 씽'의 앙상블이 완성된다.
배우들이 각자 맡은 역할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아이러니가 오히려 가장 잘 어울리는 순간을 만들어내고 누구 하나 힘을 빼지 않고 전력으로 밀어붙이기 때문에 웃음의 밀도가 한층 높아진다.
107분 동안 생각 없이 웃으며 즐기기에 이보다 좋은 영화를 찾기 어렵다. 예측 불가 상황들이 이어지고 반전도 있다. 코미디 장인 손재곤 감독 특유의 재치가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극장을 나서는 발걸음이 절로 가벼워진다.
6월 3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은 107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