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에서 계속
영케이는 11년간 데이식스의 영케이만 생각하며 살다 보니 자신의 '본체' 강영현이라는 존재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영케이는 가장 강영현다운 것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이랬다.
"영케이스러움은 가장 정제되고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제가 생각하는 '완벽에 가장 가까운 존재'예요. 반면 강영현은 그 완벽에 도달하는 과정이죠. 조금 모자라고 부족한 모습도 많이 지니고 있고 연약하고 상처도 받는 아이 같은 존재고요."
영케이는 '완벽한 존재'가 되기 위해 약점이 될 만한 강영현의 마음은 잠시 외면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지금 강영현은 어떤 마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확인했다. 영케이는 정작 자신이 무엇을 싫어하는지조차 몰랐다며 끝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다 보니 '강영현은 생각보다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됐다.

"그동안 위기를 맞닥뜨렸을 때 의연한 척, 당황하지 않은 척 쿨하게 넘기려 했어요. 단단한 척했지만 사실 상처받고 있었고 곪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어요. 제 내면은 오히려 부서지고 있었더라고요."
다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능력적으로도, 인격적으로도 훌쩍 성장해 있었다는 사실도 함께 발견했다. 영케이는 그런 연약한 모습을 마주하고 남들 앞에 꺼내놓기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이번 앨범 자체가 그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기 위해 만든 것이었기에 일단 마음을 열고 나니 오히려 편해졌다고 밝혔다.
"책임감보다는 생존 욕구에 가까웠어요."
영케이는 데뷔 후 지금까지 '주어진 일을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달려왔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감정 상태에 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렸다. 데이식스의 베이시스트로서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아니었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가요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래야 한다고 믿었다.

그런 그에게 베이스는 애증의 악기였다. 영케이는 "기타나 건반은 반주를 하면서도 노래를 부르기 좋지만 베이스는 좀처럼 그 음을 듣기 쉽지 않은 악기여서 참 미워했던 악기"라고 돌아봤다. 느린 박자로 한 음씩 익혀야 하는 연습 과정도 그에겐 고역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베이스의 진가를 알게 됐다.
"베이스는 리듬과 멜로디의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하는 악기예요. 그 역할을 하려면 리듬과 멜로디를 모두 들을 수 있어야 하잖아요. 베이스의 특성이 저의 '생존 작곡'에도 크게 도움을 줬어요."
영케이는 이미 200곡이 넘는 저작권을 보유한 작곡가다. 다작의 근원을 묻자 그는 이번에도 '생존'을 이야기했다.
"작곡가 영케이의 시작은 지금에 비해 창대하지 못했어요. 전 생존을 위해 실력을 키웠어야 했고 계속 곡 작업을 하다 보니 지금의 숫자가 쌓인 것이라고 봐야 할 것 같아요."
살아남기 위해 본인을 채찍질해야 했던 데뷔 초창기와 달리 지금 영케이는 누구나 인정하는 싱어송라이터가 됐다. 또한 월드 투어를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영케이의 인기는 탄탄하다. 그런 그에게 '생존'은 중요한 키워드일까.

"생존에 관련한 부분은 새로운 기점에 도달한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을 통해 저는 '영케이'를 프로듀싱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전에 해본 적 없었던 새로운 시도로 '영케이'라는 아티스트를 생존시키는 도전을 한 거였어요. 그래서 최선을 다했고 새 앨범 발매를 앞둔 지금, 여러분들의 사랑과 응원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하하."
솔로 활동이 마무리되면 그는 동남아의 휴양지로 여행을 떠날 생각이다. 데뷔 후 한 번도 해본 적 없었던 일탈이다. 아직 비행기, 숙소 예약도 하지 않았지만 강영현의 삶을 챙기는 첫 시도가 될 예정이다.
영케이의 새 앨범을 미리 들었던 데이식스 멤버 원필은 10주년 콘서트 앙코르 무대에서 "명반"이라는 극찬을 남긴 바 있다. 그 이야기를 전하며 민망한 듯 웃음을 지은 영케이에게 본인의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굉장히 박한 편인데 그래도 이번 앨범은 현재 영케이의 최선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