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방송되는 EBS1 '건축탐구 집'에서는 서울에서 오래된 양옥집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난다.
종로구 이화동 벽화마을 정상에 위치한 4층 규모의 빨간 양옥집은 건축주 강미 씨의 취향이 집약된 공간이다. 가수 에피톤 프로젝트의 곡 '이화동' 가사에 이끌려 동네를 찾은 강 씨는 차를 처분한 뒤 발품을 팔아 40년 이상 된 건물을 매입했다.
건물 1층은 상업 공간, 2층은 홈 스튜디오, 3~4층은 주거 공간으로 활용한다. 외관은 고급 대리석을 제거해 내부의 붉은 벽돌을 드러내고 공사 현장 특유의 거친 질감을 일부 남겨 대조적인 스타일을 연출했다.
기존 방 자리에 대형 창문이 있는 점에 착안해 주방을 집 중앙으로 옮겼다. 조경 조망을 확보하기 위해 냉장고와 냉동고는 아일랜드 식탁 하부에 매립했다. 본래 주방이 있던 자리는 다이닝 공간으로 변경하고 출장길에 수집한 서로 다른 디자인의 의자와 러그를 배치했다.
3층이 깔끔한 화이트 톤인 것과 달리 4층은 미국 에이스 호텔의 공간 연출 방식을 참조해 강렬한 흑백 대비를 주었다. 벽면 하단은 어두운색, 상단은 밝은색으로 도색해 공간감을 확장했다. 4층에는 미국 스타일의 욕실과 음악 감상용 벤치가 마련된 리스닝 공간을 구축했다.
옥상에는 3월부터 11월까지 식물이 피어나는 정원을 조성했다. 구조적 안전을 위해 3중 방수 처리와 옥상 전용 경량토를 적용하고 자동 관수 시스템을 설치해 유지관리 편의성을 높였다.

이 작가는 건물의 역사적 원형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두 번 구워낸 외벽의 빨간 벽돌, 천연 대리석, 옛 전등 등 주요 건축 요소와 전 소유주의 책상 등 소장품을 그대로 유지했다. 반면 차량 주차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대문과 담장을 철거했다. 라디에이터만 설치되어 있던 난방 체계는 자녀들을 위해 내부 설비를 전면 교체하며 보일러를 설치했다.
건물 특유의 독특한 구조는 유지됐다. 벽면 곳곳에 배치된 28개의 창문은 채광과 함께 계절 변화를 관찰하는 영감의 원천으로 활용된다. 주방과 연결된 하부 계단을 내려가면 과거 운전기사의 생활 공간 및 차고로 쓰이던 지하 공간을 새로운 용도로 재탄생시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