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에서 계속
시즌1 마지막 정진만(이동욱 분)은 정지안(김혜준 분)을 향해 "잘 들어, 정지안"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시즌2 엔딩에서는 정지안이 삼촌에게 "잘 들어, 정진만"이라고 되돌려주며 여운을 남겼다. 삼촌의 보호를 받던 조카가 같은 눈높이에 선 어른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줬다.
이 대사는 원래 대본에 없었다. 8회 제목이 '잘 들어, 정진만'이었던 데서 착안해, 김혜준이 후시 녹음 과정에서 직접 감독에게 제안한 아이디어였다.
"사실 쓰일지 안 쓰일지도 모르는 상태로 '일단 녹음해보자' 하고 마이크 앞에 섰는데 마음에 들 때까지 여러 번 다시 녹음했어요. 감정을 섞지 않고 최대한 단호한 어조로 표현하려고 애썼고요. 나중에 완성된 걸 들었을 때 저도 소름이 돋더라고요."

삼촌과의 관계 변화는 포옹 장면으로도 드러났다. 시즌1에서는 정진만이 재회한 지안을 안아줬으나 시즌2에서는 지안이 먼저 진만을 안았다. 김혜준은 "지안이가 삼촌 없이도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보다, 삼촌의 자리에 서보며 그가 감당했을 고통을 이해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장 안팎에서 김혜준에게 가장 큰 버팀목이 된 건 삼촌 역의 이동욱이었다. 이동욱은 촬영 내내 "네가 주인공이잖아"라는 말을 장난스레 건네며 김혜준이 부담을 덜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했다.
"주눅 들거나 자신감이 없을 수도 있는 순간마다 그렇게 북돋아 주신 게 저한테는 정말 큰 힘이었어요. 에피소드가 공개될 때마다 '네가 다 했다'는 문자도 보내주셨는데, 그럴 때마다 정말 감사한 마음뿐이었죠."
연기에 대한 태도에도 변화가 있었다. 과거에는 감정신을 앞두고 며칠 전부터 감정을 잡았다면 이번에는 촬영 직전까지 웃고 떠들다가도 상대 배우와 눈을 맞추면 감정이 저절로 우러나오는 경험을 했다.

"연기는 감정을 계산하고 준비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많이 느꼈어요. 성장이라기보다는 경험을 많이 한 것 같아요."
김혜준은 '킬러들의 쇼핑몰'이 공개되고 있을 때 tvN 월화드라마 '최애의 사원'을 통해 첫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했다. 그는 "화를 내는 것보다 사람을 웃기고 기쁘게 하는 게 더 어렵더라"면서도 "새로운 스펙트럼을 넓히는 작업이라 즐거웠다"고 말했다.
김혜준은 넷플릭스 '킹덤', JTBC '구경이', 디즈니플러스 '커넥트' 등 여러 장르물에서 존재감을 쌓아왔다. '킬러들의 쇼핑몰'에서도 다시 한번 자신만의 색채를 각인시켰다. 그는 '최애의 사원'이 처음으로 피를 보지 않는 작품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장르물에서 계속 자신을 찾는 이유로 '평범함'을 꼽았다.
"제 외모나 신체적인 조건이 특출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디에나 있을 법하고 옆집에 살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거든요. 그런 평범함을 가진 인물이 예상 못한 행동을 하는 반전이 매력으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3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배우들끼리 만나면 시즌3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얘기한다고 전했다. 김혜준은 새로운 시즌이 만들어진다면 시즌2 마지막에 등장한 첸(유지태 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시작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김혜준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자신의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화려한 목표보다는 지금 맡은 순간에 충실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고 고백했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김혜준을 괴롭게 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를 계속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뭘 해내고 싶다기보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요. 그게 제 부족함을 계속 느끼게 만들어서 저를 괴롭히기도 해요. 그래도 하나씩 어려움을 깨나가는 과정이 재미있고, 고민하다가도 어떤 한순간에 희열을 느껴요. 대신 저는 지안이처럼 간이 크지 않아서, 이 일이 끝나면 그냥 하루를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바쁠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