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즈 스타] '비광' 하지원 "나라는 존재를 늘 고민"(인터뷰)
입력 2026-08-31 00:00   

▲배우 하지원(사진출처=(주)플레이그램)

하지원은 늘 새로운 얼굴을 찾아온 배우다. 강인한 여성부터 판타지 속 인물, 액션과 멜로까지 장르와 캐릭터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영화 '비광'의 남미는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결의 인물이다. 화려했던 삶이 무너진 뒤 상처와 분노, 공허함을 안고 버텨온 남미는 하지원이 보여준 화려한 스타의 얼굴보다 훨씬 날것에 가까웠다.

'비광'은 한국 야구의 간판스타 중구와 올 타임 레전드 배우 남미가 갑자기 나타난 중구의 딸 동주로 인해 파경을 맞은 뒤, 8년 후 다시 하나의 사건으로 얽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모두를 충격에 빠트린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동주가 지목되면서 중구와 가족들은 벼랑 끝에 몰린 아이를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인다.

최근 비즈엔터와 만난 하지원은 '비광'의 개봉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했다.

▲영화 '비광' 스틸컷(사진출처=(주)플레이그램)

"너무 기다렸던 개봉이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아요. 촬영한 지 시간이 지나서 다시 마주하다 보니 남미의 입장이 아니라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게 됐어요. 그래서 제가 연기한 영화인데도 즐기면서 봤고, 촬영할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도 보이더라고요."

남미를 이해하는 열쇠 중 하나는 동주와의 관계였다. 남미에게 동주는 자신의 삶을 무너뜨린 존재이면서도 쉽게 외면할 수 없는 존재다. 하지원은 두 사람이 서로 닮아 있다고 봤다.

"동주와 남미는 닮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두 사람 모두 사랑을 많이 받지 못했고요. 남미에게 동주는 거둘 수도, 완전히 버릴 수도 없는 존재였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것 같은 아픔이 있었죠."

▲배우 하지원(사진출처=(주)플레이그램)

남미는 8년 동안 적극적으로 삶을 바꾸거나 세상과 맞서 싸우는 대신, 그저 삶에 놓인 채 버티는 인물이다. 하지원은 그 모습이 여배우만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봤다.

"삶을 밀어내려는 것도, 부딪히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삶에 놓여서 버티는 거죠.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견디다가 더 이상 갈 수 없는 상황까지 간 것 같았어요. 그건 남미가 여배우라서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외적인 변화 역시 남미가 지나온 시간을 보여주는 장치였다. 톱스타였던 8년 전과 모든 것을 잃은 뒤의 모습은 분명히 달라야 했다.

"톱스타였을 때는 더 거칠고 세고 화려하게 보이도록 했어요. 그런데 8년 뒤의 남미는 헤어도 탈색해서 상하게 하고 피부 관리도 하지 않은 것처럼 표현했어요. 생활감이 느껴지고 삶에 지쳐 있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죠. 짧은 시간 동안 체중도 감량하면서 외적인 변화를 만들었어요."

▲영화 '비광' 스틸컷(사진출처=(주)플레이그램)

극 중 중구 역의 류승룡과의 호흡 역시 남미를 완성하는 중요한 부분이었다. 한때 부부였지만 8년 만에 다시 마주한 두 사람에게는 익숙함과 낯섦, 애증과 불편함이 동시에 존재한다.

"평소에는 정말 재미있는 분이에요. 아재개그도 많이 하시고요. 그런데 촬영할 때는 그런 분위기를 깨지 않으셨어요. 중구와 남미의 관계 자체가 복잡하고 미묘하고 낯선 관계잖아요. 리허설을 많이 맞춰보기보다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받아주셨고, 그래서 더 감사했어요."

촬영을 마친 지금도 남미는 단순히 캐릭터로만 남지 않았다.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남미의 삶을 통해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하지원'이라는 사람을 다시 바라보게 됐다고 했다.

▲배우 하지원(사진출처=(주)플레이그램)

"배우라는 직업을 떠나서 사회가 원하는 나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엄마가 바라는 나, 회사가 바라는 나, 사회가 바라보는 나처럼요. 남미처럼 극적인 추락을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여배우로 살아가면서 사회에 놓인 '하지원'이라는 존재에 대해 늘 고민하게 돼요."

그 고민은 최근 보여주는 새로운 도전과도 이어진다. 배우라는 익숙한 자리 밖으로 나가 대학생이 돼보고, 음악방송 무대에도 오르며 다른 세대와 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있다.

"'홈런' 음악방송도 하고, 26학번 대학생 콘텐츠도 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게 쉽지만은 않아요. 떨리고 어렵기도 하죠. 그런데 하고 나면 제 마음도 확장되고, 제가 보는 세상도 조금씩 넓어지는 것 같아요. 그래야 다양한 캐릭터와 작품을 만날 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