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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춘할망' 김고은, 서툰 진심을 연기하다(인터뷰)
입력 2016-05-17 13:55   

▲'계춘할망' 김고은(사진=권영탕 기자)

배우 김고은이 한층 편안하게 관객을 찾는다. 데뷔작인 ‘은교’(2012)를 비롯해 ‘협녀, 칼의 기억’(2014), ‘차이나타운’(2014)까지 스스로 ‘도전’이라고 표현한 작품들과 ‘계춘할망’은 다르다. 김고은은 이번 영화 ‘계춘할망’에서는 좀 더 친근해진 ‘손녀’ 역으로 눈물을 쏟아낼 예정이다.

‘가족’이란 애틋함을 아는 누구라도 울게 될 ‘계춘할망’에서 배우 윤여정과 절절한 호흡을 선보인 김고은을 만났다.

김고은은 능숙한 말솜씨 대신 서툰 말주변으로 진심을 전했다. “쭈뼛쭈뼛해서 오히려 더 좋았다”라는 윤여정의 말처럼, 김고은은 억지스럽지 않게 천천히 스며들었다.

배우 김고은의 진솔함이 연기로 표현된 ‘계춘할망’에 더욱 몰입이 가는 이유다.

Q: 머리를 짧게 잘랐다.
김고은: 짧으니까 시원하다(미소).

Q: 할머니를 시사회에 모시고 싶다고 했는데. 초대했나.
김고은: 시사회 때 모시고 왔다. 아빠한테 들어보니 할머니가 많이 울었다고 했다. 이번엔 사촌동생들까지 다 왔다. 평소에는 안 그러는데, 내가 꾸미고 있어서 그런지 계속 사진 찍어달라고 했다.

Q: 당신도 영화를 보며 울었나.
김고은: 좀 울었다. 아직 내 영화를 보면서 우는 게 좀 창피하다. 보면서 할머니가 막 직접적으로 생각나기보다, 할머니랑 살면서 느낀 감정들이 기억 났다.

▲'계춘할망' 김고은(사진=권영탕 기자)

Q: 기존 출연했던 영화보다 편해 보인다. ‘계춘할망’에 출연한 특별한 계기가 있.
김고은: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가슴 아플까봐 망설였는데,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했다. ‘계춘할망’ 때 까지 그런 마음이 강했다. ‘이제 신인 타이틀 떼야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매 작품 나를 생각해왔다. 내가 배우고 볼 거, 내 위주였다면 이제 작품에 대한 책임감이 든다. 기복을 없애야하는 시기라 전보다는 작품에 대한 생각을 늘려가고 있다.

Q: 윤여정은 첫 대본을 보고 독립영화 같다고 생각했다던데.
김고은: 난 아직 그런 걸 모르겠다. 제주도에서 찍으니까 예산 많이 들 거라고 생각했다(일동웃음).

Q: 윤여정이 당신을 손녀로 감독에게 직접 추천한 사실을 알았나.
김고은: '계춘할망'을 하기로 했을 때 감독님이 윤여정 선생님께서 내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약간 부끄러웠고 '진짜일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Q: ‘진짜’라는 사실 알았을 때 기분은?
김고은: 언론시사회에서 윤여정 선생님이 직접 이야기 하셨을 때 '진짜구나'했다. 기쁘고 쑥스러웠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

Q: 윤여정이 싹싹하지 않은 당신이라 좋다고 평하던데.
김고은: 누구를 만나도 처음에는 조심한다. 나란 사람을 잘 모르는데 처음부터 내 이야기를 하며 다가가는 게 상대방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내 이야기를 하기보다 윤여정 선생님의 말씀을 많이 경청하려고 했다.

Q: 제주도 촬영은 어땠나.
김고은: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촬영을 했다. 원래 제주도를 좋아한다. 전에 여행도 많이 갔다. 날씨 좋고 화창한데 촬영을 하니까 아쉬웠다. 바닷가 보면서 만족하고 그랬다. 가끔 비가 와서 촬영이 쉬면 바로 신나서 맛있는 걸 먹으로 가고 그랬다(웃음).

Q: 양익준 감독, 샤이니 민호와 호흡도 신선했다.
김고은: 양익준 감독은 영화 ‘똥파리’랑 전주영화제에서 살짝 봐서 개인적 친분은 없었다. 와일드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웃음도 많고 수줍음도 많은 분이다.

민호 씨는 ‘참 좋은 친구’란 말을 주변에서 정말 많이 들었다. 동갑내기는 촬영장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샤이니 컴백까지 했을 때라 힘들었을 텐데 밝은 에너지를 줬다. 주변을 아우르는 힘이 있다. 지금까지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Q: 대세 배우 류준열도 함께했다.
김고은: 전부터 친했다. 오히려 ‘계춘할망’에서 자주 마주치는 장면이 없어 아쉬웠다.

Q: ‘계춘할망’ 개봉 후, 듣고 싶은 평이 있다면
김고은: 관객들이 많이 울었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감정을 강요하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싶다.

예를 들면 하루 종일 상처받고, 서럽다고 우리가 매번 울지는 않지 않냐. 그러다 어느 순간 집에서 울컥해서 울 때가 있다. 이런 식의 자연스러운 감정이 전해지면 한다. 신파 코드로 ‘울게 하려고 작정한 영화구나’라는 인식보다는 자연스러운 감정 변화를 전하고 싶다. 그 부분에 대해 나 스스로도 많은 노력을 했다.

Q: 늘 다양한 작품 안에 중심이다.
김고은: 진짜 행운이다. ‘안전한 길 있는데 왜 그렇게 하냐’는 말들이 있다. 내 생각은 그렇다. 신인일 때, 좀 이것저것 도전해 보고 싶었다. 그럴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안정적이면 도움이 될 까 싶었다. 도전과 과감함을 거치면 분명한 성장이 있다. 늘 좋은 선배님들이 계셨다. 그래서 같이 하는 게 간절했다. 간절함이 성사된 게 감사하다.

▲'계춘할망' 김고은(사진=권영탕 기자)

Q: 지금도 여전히 도전을 갈구하는가.
김고은: 도전보단, 점점 안 서툴게 하려고 한다. 5년간 7개의 작품을 했다. 촬영 순서가 뒤죽박죽 찍으니까 감정적으로 흐름이 가늠이 안됐다. 그냥 매 신에 집중하고 다 표현했다. 영화의 전체가 나오니까 후회되는 순간도 많더라. 처음부터 전체가 보이지 않는다. 그 후론 대본이 걸레가 되도록 봤다. 내 감정이 오르막내리막 하지 않도록 집중했다. 이제 욕심이 나더라도 한 발 물러나는 걸 알게 됐다. 감정의 과잉에 신경 썼다. 그렇게 발전하는 것 같다.

Q: 정말 5년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했다.
김고은: 휴식기에도 다음 작품이 기다리고 있어 늘 마음이 불안했다. 여행을 가도 찜찜하다. 새 작품에 대한 생각에 고민도 많이 하게 된다. 지금은 아무 것(차기작)도 없는 상태라 마냥 편안한 걸 겪어보고 싶다.

Q: 댓글로 대중의 반응을 살피나
김고은: 그냥 보이면 보이는 대로, 인터뷰하면 한 번씩은 본다. 난 인간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반응에 신경 쓰면) 나를 감추게 되고, 매사 조심스러워 하면 내 모습이 사라질 거다. 배우 김고은 이외의 내 인생이 있는데, 영향이 크게 오지 않았으면 한다.

Q: 어떤 배우가 되길 희망하는지.
김고은: 배우가 어떤 작품에 출연했을 때 작품에 대한 책임감이 있어야한다. 난 관객들을 설득시키는 배우가 되고 싶다. 쉬운 영화도 많지만 어렵고 심오한 영화도 많다. 영화적인 색깔, 감독님의 생각, 범상치 않은 캐릭터들이 갈수록 많고 사랑받는다. 관객들이 납득하고,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것이 목표다. 영화에 대해 백날 설명해봤자, 보는 사람이 못 느끼면 의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