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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탐구 집' 강릉 패시브 한옥 탐구
입력 2025-07-29 21:50   

▲'건축탐구 집' (사진제공=EBS1 )
'건축탐구 집'이 잿더미가 된 터에 가족이 합심해 지은 패시브 한옥을 탐구해본다.

29일 방송되는 EBS1 '건축탐구 집'에서는 땅 사고 집짓기까지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 건축주의 사연이 공개된다.

◆경사지에 지은 산전수전 공중전 집

경기도 파주, 산전수전이 모자라 공중전까지 치른 집이 있다? 기다란 경사지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집은 마치 궁궐을 연상케 한다. 아파트 생활을 수 십 년 가까이 해온 건축주 백선영, 정창범 부부. 아파트의 단조로움을 피하고자 힘들게 지은 전원주택 내부에도 경사를 살린 단차를 넣었다.

이렇게 겉보기에는 멋스럽게 잘 지어진 집이지만 건축주는 이곳에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모두 겪었다. 처음 겪은 산전은 땅의 문제였다. 그저 경치가 좋아서 산 땅은 경사도가 높은 탓에 허가가 나오지 않았다. 결국은 디귿자 땅 가운데 이미 허가가 난 평지를 매입해 경사도를 낮추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 땅을 모두 매입하기까지 장장 5년. 토목과 건축 인허가에만 2년이나 걸렸다. 결국 인허가가 길어지는 바람에 건축가에게 모두 맡기려던 집짓기 계획은 아내 선영 씨의 주도 하에 직영공사로 바뀌게 됐다.

마치 전쟁과도 같았던 수전은 아내 선영 씨 공간에 있는 뻐꾸기 창에서 시작되었다. 장마가 시작되면 바닥이 젖을 정도로 물이 새던 뻐꾸기 창. 아내 선영 씨의 지속된 항의에도 시공사는 실리콘으로 급한 불만 끄기 바빴다. 분노를 참을 만큼 참은 선영 씨는 결국 시공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리고 시공사는 재시공을 약속해 지붕공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설비업자가 냉수관이랑 온수관을 실수로 바꿔서 설치를 한 탓에 변기 물만 내리면 뜨거운 물이 나왔다. 문제는 배관을 콘크리트 안에 매립했기 때문에 고치려면 공사가 커질 수도 있다는 것. 하지만 원인을 발견한 인테리어 사장님이 최소한의 절개만을 해 다시 배관을 바꿔 문제가 해결되었다.

마지막 공중전은 초인종을 설치하려고 뚫어놓은 자리에 새들이 둥지를 튼 사실을 알게 되며 시작되었다. 원래 가구 전문이었던 전기 업자는 아내 선영 씨의 새들을 챙기는 세심한 모습에 본인에게 가구를 맡길 것을 제안하였다. 우연한 인연으로 닿게 된 두 사람의 작업으로 아내 선영 씨를 닮은 따뜻한 공간이 탄생했다.

희로애락을 맛보게 해준 집이었지만 아내 선영 씨는 힘들 때일수록 원하던 정원에 신경을 쏟았다. 이제 아내 선영 씨는 아무 걱정 없이 정원 일에만 집중하고 남편 창범 씨는 취미생활을 즐기며 살아가고 있다.

▲'건축탐구 집' (사진제공=EBS1 )
◆산불 잿더미 위에 지은 패시브 한옥

강원도 강릉, 잿더미 위에 지은 2층 한옥이 있다? 이 한옥은 그냥 한옥이 아닌 패시브 한옥이다. 2023년 발생한 강릉 경포 산불은 건축주 가족들의 삶을 바꿔놓았다. 산불로 인해 하루아침에 20년 넘게 가족들을 품고 있던 집이 전소되었기 때문이다. 망연자실한 가족들을 위해 남편 김남수 씨는 잿더미 위에서 결의를 다졌다. 겨울에는 혹독하게 추운 이전 집이 아닌 따뜻한 집을 짓겠다는 것. 그렇게 남편 김남수 씨의 진두지휘 아래 가족의 집짓기가 시작됐다.

우선 난로를 옆에 달고 살아야 했을 만큼 추운 집에서 산 탓에 이번만큼은 단열을 꼼꼼하게 했다. 무려 46cm에 달하는 벽 두께는 친환경 자재이자 폐자재인 셀룰로스가 28cm 두께로 들어가 있다. 거기에 가변형 투습지를 깔고 황토로 벽채를 마감했다.

외부에 나가는 열을 최소화하기 위해 패시브 하우스의 기본인 기밀 작업을 할 때는 가족 모두 고생을 했다고... 가족들 모두 기밀 테이프를 들고 다니며 시공을 할 때마다 뚫리는 부분을 테이핑했다는데. 오죽하면 나중에는 업자 분들이 먼저 시트지가 찢어졌다고 말을 할 정도였다. 그 결과, 기밀성 테스트 때 시간당 공기 누출 횟수가 0.2회라는 경이로운 결과를 얻게 됐다. 뿐만 아니라 에너지 효율이 일 년 간 일 제곱미터당 등유 0.6L라는 에너지 낭비 없는 고성능 패시브 하우스를 만들었다. 일반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이 대략 18L 라는 걸 생각한다면 무려 30배나 효율성이 좋은 패시브 하우스다.

화재로 한순간에 집을 잃었지만 가족은 노력과 정성을 들여 다시 집을 지었다. 그 결과 난방비가 1년에 10만 원 밖에 되지 않고 미감까지 살린 패시브 한옥을 완성했다. 그리고 남편 김남수 씨에겐 먼 훗날 전기마저 자급자족하려는 꿈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