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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리뷰] '군체' K-좀비 업데이트 완료
입력 2026-05-22 00:00   

▲'군체' 스틸컷(사진출처=쇼박스)

영화 '부산행'(2016)은 K-좀비 시대를 연 작품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연상호 감독의 대표작으로 불려왔다. 그 자리를 이어받을 작품이 10년 만에 등장했다. 바로 '군체'다.

21일 개봉한 영화 '군체'는 서울 도심의 초고층 빌딩에서 벌어진 정체불명의 감염 사태를 다룬다. 건물은 봉쇄되고 이곳을 찾았다 갇힌 생명공학과 교수 권세정(전지현 분)은 고립된 생존자들을 이끌며 탈출을 시도한다.

'군체'는 '부산행' 같은 좀비 영화다. 그런데 '군체'의 좀비는 '부산행'과 완전히 다르다. 이들은 살아있는 사람을 향해 달려들고 물어뜯는 보통의 좀비들이 아니다.

▲'군체' 스틸컷(사진출처=쇼박스)

'군체'의 좀비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정보를 공유하며, 실시간으로 진화한다. 집단지성으로 연결된 좀비들이 고개를 하늘로 빳빳이 들고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장면과 그때마다 흘러나오는 사이렌 소리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생각날 정도로 '군체'를 대표하는 장면이다. 관객들은 이 순간 이후로 어떤 예측 불가능한 새로운 변수가 등장할지 모르기 때문에 끝까지 긴장을 풀지 못한다.

특히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진화하는 좀비'라는 극 중 세계관을 결말까지 우직하게 밀고 간다는 점에서 '군체'는 탁월하다. '부산행'의 결말과 '군체'를 비교하자면, 관객에 따라 조금 허무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확실한 빌드업이 있는 결말이다. 또한 연상호 감독의 단점 중 하나로 꼽히는 '신파' 함유량도 미미하다.

▲'군체' 스틸컷(사진출처=쇼박스)

구교환이 연기하는 빌런 서영철은 '군체'의 또 다른 엔진이다. 감염 사태의 설계자이자 유일한 해결책이라 자처하는 이 인물은 단순한 악역의 범주를 벗어난다. 인간과 감염자 사이 어딘가에 놓인 불안정한 존재로서, 그가 등장하는 장면마다 서스펜스의 밀도가 달라진다. 구교환 특유의 절제된 광기가 이 캐릭터를 완성한다.

구교환의 광기는 전지현의 침착함과 맞부딪힌다. 권세정은 위급한 상황에서도 냉정하게 상황을 읽고 합리적인 선택을 밀어붙인다. 흔들림 없는 전지현 덕분에 관객들은 마치 빌딩 안의 생존자 중 한 명인 것처럼 '군체'에 몰입한다. 구교환과 전지현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은 영화 내내 팽팽하게 유지된다.

▲'군체' 스틸컷(사진출처=쇼박스)

장애를 가진 누나를 등에 업고 끝까지 사투를 벌이는 지창욱의 액션은 속도감과 감정을 동시에 실어낸다. 냉철한 판단력으로 내부에서 상황을 조율하는 김신록과 외부에서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신현빈까지 화려한 배우진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제 몫을 해낸다.

연상호 감독은 진화하는 좀비라는 설정을 AI 시대의 집단 지성에 대한 우화로 확장했다. 초고속 정보 교류 앞에서 인간의 개별성이 무력해지는 세상, 그 불안을 좀비라는 장르적 외피에 정교하게 이식했다.

▲'군체' 연상호 감독(사진출처=쇼박스)

좀비들의 움직임도 '부산행' 때와 다르다. 현대무용가들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군체'의 동작은 공포를 넘어선다. 집단으로 뭉쳐 기괴한 형상을 만들어내는 장면들은 어느 순간 하나의 예술처럼 보인다. 연상호 감독이 좀비라는 소재에 얼마나 깊이 파고들었는지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진화는 스크린 위 좀비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연상호 유니버스'도 10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진화했다. 이 진화된 이야기의 끝을 직접 확인해보길 권한다.

러닝타임 122분.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