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②에서 계속
'취사병 전설이 되다' 속 탁문익이라는 인물에 깊이를 더한 데는 임지호 특유의 준비 방식이 있었다. 그는 '전사(前史)'를 떠올리는 데 많은 시간을 쓴다.
"작품에서 보이는 부분은 빙산의 일각 같은 거예요. 저는 그 앞의 전사를 더 중요하게 봐요. 탁문익이 훈련소에서는 어땠을까, 자대에 처음 왔을 때는 어땠을까. 그런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마침 군 생활을 문익이처럼 행정병으로 했다는 것이 큰 도움이 됐죠."
이런 방식은 이전 작품에서도 일관됐다. SBS 드라마 '치얼업'(2022) 때는 감독에게 직접 인물의 전기를 써서 보냈고, 팀 해체 위기에 놓인 달리기 유망주로 출연했던 영화 '스프린터'(2023)를 촬영할 때는 대본을 읽기보다 직접 훈련하고 달리며 캐릭터에 다가갔다. 흥미로운 건 그렇게 쌓은 준비를 촬영장에서는 정작 비운다는 점이다.
"촬영장 가기 전까지 운동선수가 시합 전 몸을 만들어 놓듯 행동하고 촬영현장에서는 모든 걸 잊어버리려고 해요. 대본이 이미 몸에 들어와 있게 만들고 감독님의 지시, 상대 배우의 호흡, 세트장에 딱 들어섰을 때의 느낌을 연기하는 게 훨씬 더 좋더라고요."

이는 독립영화를 찍던 배우 초창기에 얻은 깨달음이다. 자신이 설정한 캐릭터에 집착하면 상대 배우가 예상과 다르게 연기하는데도 미리 만들어놨던 방향으로만 자꾸 연기하게 되는 걸 느꼈다. 독립영화를 통해 계속 연기 경험을 쌓으면서 20대 중반쯤 돼서야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건 연출자라는 걸 받아들이게 됐단다.
임지호의 이력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경영학을 복수전공을 했다는 점이다. 그는 "같은 학비를 내는데 다른 공부도 해보고 싶었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저를 알릴 수 있는 새로운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사실 경영학이라는 학문 자체보다는 그곳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더 큰 자산이 됐어요. 제가 연기할 캐릭터는 대부분 연기 전공이 아닐 테니까 다른 직업군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가까이서 본 경험이 도움돼요. 언젠가 직장인 역할을 맡을 수도 있는데 그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하하."

'취사병 전설이 되다'로 '단맛'을 보여준 그는 다음에 맛보여주고 싶은 맛으로 '짠맛'을 꺼냈다. 독립영화 초창기에 자주 맡았던 날카롭거나 어딘가 힘들어 보이는 인물들. 짠하고 안쓰러운 캐릭터에 여전히 끌린다고 했다.
요즘 그는 연기 너머의 고민도 안고 있다. 원하는 연기를 오래 하려면 대중이 보고 싶어 하는 배우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서른을 넘기며 부쩍 많이 하게 됐다.
그런 임지호에게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어떤 작품일까. 그는 자신을 음식에 빗대어 설명했다.
"임지호라는 배우를 음식으로 친다면 이번 작품은 저를 한 입 드셔보고 '이거 뭐지, 새로운데' 하는 느낌이었으면 좋겠어요. 대중이 맛보는 첫입, 애피타이저 같은 느낌이었다고 생각해요. 이제 저는 대중들께 두 번째 맛을 보여드릴 기회를 잡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