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전혜원이 KBS 2TV 새 일일드라마 '욕망의 덫'의 중심에서 단단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2017년 '이번 생은 처음이라'로 데뷔해 어느덧 10년 차를 맞이한 전혜원은, '아내의 유혹', '인어 아가씨' 등 '일일극의 여왕'으로 불리는 장서희와의 팽팽한 맞대결 속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내공을 보여주며 주연으로서의 자격을 완벽히 입증했다.
전혜원의 연기가 가장 빛난 건 14일 방송된 5화 말미였다. 5화에서 주미란(장서희 분)은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된 고은설(전혜원 분)의 양모 박희정(서유정 분)을 옥상에서 밀고 도망쳤다. 이후 연락이 끊긴 엄마를 찾아나선 고은설은 문제의 옥상에 도착, 누군가 떨어진 흔적을 발견했다.
"아닐 거야 아니야"를 쉼 없이 내뱉으며 현실을 부정하던 그는 건물 아래로 시선을 옮기고 추락한 박희정을 발견한 뒤 절규했다. 현실 부정에서 시작해 말을 잇지 못하는 충격, 이내 거친 오열로 이어지는 감정의 폭발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전혜원의 이런 감정의 폭발이 더욱 강렬했던 이유는 1~4화 동안 쌓아온 정교한 절제 연기 덕분이다. 1화에서는 오히려 담담했다. 미술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다는 기쁨과 라이벌 강해라(주새벽 분)의 노골적인 견제 앞에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태도를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오갔다. 박희정이 자신의 친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도 "제가 엄마 아빠 딸이고 오빠 동생인데 어딜 나가요"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대신 뚝심으로 버텼다. 강해라 무리에게 폭행을 당하고 바닥에 쓰러지는 장면에서 단단했던 고은설의 눈빛은 고통과 공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전혜원은 풋풋한 학생의 일상, 부당한 상황에 굴복하지 않는 당찬 눈빛, 무자비한 폭력 앞에 짓밟히는 고통까지 감정들을 조금씩 나눠 쓰며 시청자가 고은설이라는 인물에게 서서히 몰입할 시간을 만들었다. 앞서 쌓아온 절제가 있었기에 절규로 이어지는 감정의 낙차가 유독 크게 느껴졌다.
전혜원의 연기 내공은 오랫동안 묵묵히 쌓아온 시간에서 비롯됐다. 그는 2017년 tvN '이번 생은 처음이라'로 데뷔한 뒤 '여신강림', '슈룹', '환혼' 같은 작품을 거쳐왔다. 2022년에는 한 해에만 다섯 편의 드라마에 출연했을 정도로 쉬지 않고 일했다.

몇 해 전 비즈엔터와 만났던 전혜원은 당찬 인상을 줬고 연기를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전환점으로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을 꼽았다. 전혜원은 아버지의 외도를 목격하고 가족의 위선에 맞서던 딸을 연기하며 "웬만한 연기는 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했다. 그 자신감은 이듬해 MBC '연인'의 강빈으로 이어졌고 2023 'MBC 연기대상 신인상' 후보에 오르게 했다. 아쉽게도 수상의 기쁨은 누리지 못했지만 이전까지 쌓아왔던 그 시간들이 100부작 일일극의 주연 자리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6화 예고에서는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재판을 받는 고은설의 모습이 그려지며 본격적인 복수극의 막이 올랐다. 살인 누명으로 인생을 빼앗긴 여자가 거대한 욕망에 맞서는 긴 서사 속에서 전혜원이 펼쳐낼 깊고 단단한 연기 행보에 기대가 모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