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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스타] '실낙원' 김현주 "모성애 대신 상실감에 초점"(인터뷰①)
입력 2026-10-21 00:00   

▲배우 김현주(사진출처=CJ ENM)

AI가 인간의 감정을 대신할 수 있을까. 배우 김현주 역시 쉽게 답을 내리지 못했다. 스마트폰에 의존하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면서도 기술이 인간의 체온과 눈빛까지 대신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했다. 이는 영화 '실낙원'에서 상실을 견디기 위해 AI에 의지하는 엄마 류소영을 연기하며 마주했던 질문이기도 하다.

'실낙원'은 9년 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류소영이 AI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 시절 아들과 교감하며 살아가던 중, 죽은 줄 알았던 아들 류선우가 9년 만에 집으로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최근 비즈엔터와 만난 김현주는 소영의 상실을 어떻게 이해하고 연기로 풀어냈는지, AI가 일상에 들어온 시대에 인간의 감정과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이야기했다.

▲'실낙원' 스틸컷(사진출처=CJ ENM / WOWPOINT)

김현주가 '실낙원'에 끌렸던 이유는 장르적 새로움과 소영이 처한 복잡한 상황이었다. 대본은 간결했지만 장면마다 채워야 할 감정은 가볍지 않았다. 영화 '정이'에서 함께한 스태프들과 다시 만난 덕분에 촬영장 적응은 쉬웠지만 촬영이 진행될수록 인물의 내면을 구체화하는 일이 예상보다 묵직하게 다가왔다.

소영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해석하기 위해 원작 소설도 읽지 않았다. 연상호 감독이 원작의 설정에 영향을 받지 않은 채 김현주만의 소영을 표현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감독님은 김현주라는 배우의 해석이 보고 싶다고 하셨어요. 원작에 대한 정보도 주지 않았고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세부적인 설정을 알게 되면 인물에 대한 해석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실낙원' 스틸컷(사진출처=CJ ENM / WOWPOINT)

김현주가 소영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먼저 '상실'에 주목했다. 김현주가 해석한 소영은 무언가를 잃을 위기에 놓인 인물이 아니라 이미 가장 소중한 것을 잃은 채 살아가는 인물이었다.

"모성애보다는 상실감에서 시작했어요. 소영이라는 인물에게 이미 잃어버린 낙원이 있었던 건 아닐까 생각했죠. 아들을 잃었을 때 낙원을 잃은 거예요. 저는 그 상태에서 소영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소영이 AI 아들과 교감하는 건 상실을 견디기 위한 방식이었다. 타인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만 내면의 균열까지 감출 수는 없는 인물이었다. 김현주는 이러한 소영의 간극을 대사로 설명하기보다 일상적인 장면 속 표정과 시선으로 표현하려 했다.

▲배우 김현주(사진출처=CJ ENM)

"일상에서는 더없이 잘 지내는 척하지만 사실 정상이 아니었던 거죠. 9년 전의 아침과 9년 후의 아침이 다르게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가족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부러워하지 않는 척하지만 관객들은 소영이 느끼는 부러움을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하려 했어요."

아들 선우(배현성 분)가 9년 만에 돌아오면서 소영의 감정은 또 다른 국면을 맞는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재회지만, 아들의 낯선 눈빛과 몸에 남은 흉터는 기쁨만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순간을 만든다. 김현주는 재회의 반가움을 절제하면서 소영이 감지하는 불안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반가움을 크게 표현하면 이후의 불안감이 설득력을 잃어요. 아들이 돌아왔는데 뭔가 이상하다는 걸 소영이 직감하는 것을 관객에게도 전달해야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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