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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필의 시선] '체포하겠어' 아일릿, 흑화해도 아일릿
입력 2026-10-27 01:00   

▲아일릿(사진출처=빌리프랩(하이브))

"안 본 사람도 없고 한 번만 본 사람도 없도록 열심히 무대를 준비하겠습니다."

26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우리WON뱅킹홀에서 열린 그룹 아일릿의 미니 5집 'BREAK EVEN'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아일릿 원희는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익숙한 문장을 살짝 비틀었다. 처음 보는 사람도 붙잡고 본 사람은 다시 불러 세우겠다는 뜻으로 말이다.

지난봄 발표한 ‘It’s Me’는 아일릿의 위상을 한 단계 올린 곡이었다. 뮤직비디오는 공개 79일 만에 유튜브 1억 뷰를 넘겼고 빌보드 '글로벌 200'에서는 10주 연속 이름을 올렸다. 국내 주요 음원 차트에서는 발매 한 달이 지나도 최상위권을 지켰고 틱톡에서는 이 곡을 쓴 영상이 154만 건을 넘었다.

좋아하는 상대에게 "너의 최애는 바로 나"라고 외치는 모습이 아일릿의 얼굴이 됐다. 하지만 아일릿은 그 성공 공식을 반복하지 않았다.

▲아일릿 티저(사진출처=빌리프랩(하이브))

미니 5집 'BREAK EVEN'은 '흑화한 아일릿'을 보여주는 앨범이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네 곡은 착각을 깨닫는 순간에서 출발해 부끄러움이 짜증으로 번지는 순간을 지난다. 감정이 폭발해 관계를 끊어낸 뒤에는 새로운 설렘에 닿는다. 콘셉트 필름 속 멤버들은 전기톱과 망치를 들고 억눌렀던 화를 쏟아냈다. 순백의 옷을 입고 무표정한 얼굴로 서늘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랑스러움 하나로 설명되던 아일릿은 분노와 냉담마저도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소화했다.

윤아는 이 변화를 '아일릿 코어'로 설명했다. 그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 될지 기대가 된다는 팀명 '아일릿'처럼 지금 보고 계신 아일릿의 모든 모습이 '아일릿 코어'"라고 말했다. 짝사랑에 설레던 소녀부터 관계를 끊어내는 소녀까지 모두 아일릿이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아일릿이 다른 팀이 된 것은 아니다. 이로하는 "어떤 장르의 음악을 해도 아일릿만의 코어는 계속 가져가고 싶다"라고 했다. 그 코어는 '체포하겠어' 무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습관성 친절'을 저지르는 상대에게 '널 체포하겠다'라고 화를 내는 노래지만 무겁지 않다.

▲아일릿 '체포하겠어' 무대(사진출처=빌리프랩(하이브))

음원과 함께 공개된 뮤직비디오 속 '아일릿' 요원들은 진지하게 임무를 수행한다. 손으로 총 모양을 만들고 호루라기를 불며 달아나는 상대를 쫓는다. 하지만 체포하겠다는 다짐과 달리 추격은 내내 어설프다.

'체포하겠어'의 전반을 관통하는 호루라기 사운드는 아일릿의 장기인 '중독성'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원희는 "이번 앨범 가사 곳곳에 이전 앨범 곡들에 나왔던 에피소드들이 녹아 있다"라며 "꾸준히 들어주신 분들이라면 단번에 알아차리실 것"이라고 귀띔했다.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말과 무엇을 해도 코어는 지키겠다는 말. 얼핏 공존하기 어려운 두 문장이다. 그런데 그 두 문장이 아일릿의 새 앨범에서 만났다. 바뀌었기에 보고 싶어지고 코어를 지켰기에 다시 보고 싶어진다. 원희가 말한 "안 본 사람도 없고 한 번만 본 사람도 없도록"은 결국 이 두 가지가 함께 갈 때 가능한 이야기다.

윤아는 "데뷔 초에는 조심스러운 게 많았다. 데뷔 3년 차인 지금은 더 완성도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스펙트럼이 넓어진 아일릿과 여전한 아일릿이 한 무대에 함께 서 있었다. 팬들 앞에서 이제 그 다짐을 지킬 일만 남았다. 그 각오를 이번 앨범에 충분히 담아냈다는 것만으로도 아일릿의 변화는 반길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