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국지에 관우와 장비가 있다면, 티빙 오리지널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에는 배우 서현우가 있었다. 윤영빈 감독은 작품의 공개를 앞두고 '서현우는 나가면 무조건 이긴다는 확신을 주는 무패의 장수'라고 말했다.
최근 비즈엔터와 만난 '무패 장수' 서현우는 용맹함보다 섬세함으로, 앞장서기보다 곁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는 배우였다. 그가 연기한 양준호 역시 그랬다. 처음엔 팀장 공은태(이준혁 분)를 향해 날을 세웠지만 결국 그의 곁을 가장 든든하게 지킨 사람이 됐다.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이하 '로또 1등')는 위아래로 치이며 하루하루를 버티던 팀장 공은태가 로또 1등에 당첨된 뒤 사직서 대신 당첨금 13억 원을 품고 출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오피스 드라마다. 영화 '강릉'의 윤영빈 감독이 극본과 연출을 맡았다. 티빙에서 공개된 이후 tvN에서도 방송됐고 지난 13일 최종회는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 자체 최고 시청률 6.2%를 기록했다.

서현우는 공은태보다 선배지만 직급은 아래인 영업 5팀 대리 양준호를 연기했다. 극 초반 양준호는 후배 팀장을 은근히 무시하며 팀을 쥐락펴락하는 불편한 존재다. 그러다 3회에서 공은태가 손을 내밀자 조력자로 돌아선다. 서현우는 이 급격한 전환을 '토라짐'으로 풀었다.
"조직 자체에 불만이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공은태 팀장 딱 한 명에게만 꼬여 있었죠. 다른 팀원들에게는 오히려 더 잘하려고 했어요. 나중에 한 팀이 되기 위해서는 복수심보단 삐친 정도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가 짚은 양준호의 핵심은 '소속감'이다. 양준호는 일터에서 소속감을 느끼는 게 가장 중요한 사람인데, 그게 해결되지 않으니 토라져 있었다는 것이 서현우의 설명이다.

"업무 능력이 월등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삐치지도 못했을 거예요. 이유 있는 토라짐이죠. 고깃집에서 공 팀장을 만나 내일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말하는 것도 모멸감을 느껴서 홧김에 이직하겠다고 말했다기보다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이직을 말한 거라고 봤어요."
양준호가 끝내 공은태의 곁에 설 수 있었던 데는 카메라 밖 두 배우의 호흡도 한몫했다. 서현우는 남자 배우 둘이 이렇게 많이 포옹한 작품이 있었나 싶다며 이준혁과의 촬영 현장을 회상했다.
"컷 소리가 나면 저 멀리서 누가 뛰어와요. '뭐야?' 하고 보면 준혁이가 와서 저를 안아줘요. '형, 너무 좋았어' 하면서요. 이런 분위기는 저도 태어나서 처음이었어요."

두 사람은 마치 현장의 '부부'처럼 후배들과 스태프들을 챙겼다.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처럼 굳이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순간이 많았다.
"신을 채워야 할 지점을 서로 딱 알고 있었어요. 나중에 '내가 이게 필요한지 어떻게 알았어?' 하니까 '그냥 형이 그래 보였어'라고 하더라고요. 엄청난 감동이었죠. 회의 장면에서 대사가 적은 후배가 있으면 '이 대사는 네가 하는 게 좋겠다'라면서 대사를 나눠주기도 했고요."
감독이 서현우를 '무패 장수'로 언급했던 이야기를 하자 그는 "아이고"라며 멋쩍게 웃었다. 이어 윤영빈 감독과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첫 미팅부터 '제 무패 장수가 돼 주세요'라고 프러포즈를 받아 도망갈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처음부터 너무 큰 환대를 해 주셨어요. 부담이 없진 않았죠. 양준호로서 이 작품에 어떤 일조를 해야 할지만 생각했는데, 감독님의 제안에는 다 이유가 있으시더라고요. 제가 '무패 장수'라면 감독님은 삼국지의 유비 같은 분이었습니다."
현장의 '유비'는 디테일의 장인이었다. 서현우는 양준호가 공은태에게 크게 혼나고 돌아와 넋을 놓고 자리에 앉아있던 장면을 촬영하던 순간을 예로 들었다.
"감독님이 미술팀과 함께 링 하나를 만들고 계시더라고요. 뭐하시냐고 물어보니 제 뒤로 걸리는 배경에 천사들 머리 위에 놓일 법한 '링'을 하나 올리려고 한다는 거였어요. 그 미장센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②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