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몰라도 당당하고, 틀려도 다시 해본다. 자신보다 한참 선배인 이들에게도 학생들을 위한 일이라면 물러서지 않는다. 배우 이선빈이 영화 '수능, 출제의 비밀'에서 맡은 지방 소도시 국어교사 맹보람은 서툴고 눈치도 없지만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의 행동들은 복잡한 계산의 결과가 아닌 학생들을 향한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수능, 출제의 비밀'(감독 이용재)은 대한민국 2급 국가기밀인 수능 출제를 위해 40일간 외부와 차단된 출제 본부에 얼떨결에 합류한 맹보람의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 영화다.
최근 비즈엔터와 만난 이선빈은 "수능을 치르는 학생들의 이야기는 많이 봤지만, 문제를 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처음이었다"라며 이 영화에 끌렸던 이유를 털어놨다. 매력적인 이야기에 출제 이선빈은 출제 본부의 보안이나 선생님들 사이의 대립이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감독에게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대본 제목을 보는 순간 '왜 이걸 안 궁금해했지?' 싶었어요. 쓰레기도 바로 버리지 않고 40일이 지난 뒤에 버린다는 이야기가 신기하더라고요. 몰랐을 때는 판타지처럼 느껴졌는데 실제 일어나는 일이라는 게 흥미롭더라고요."
수능 출제라는 소재만 이선빈을 사로잡은 건 아니었다. 순수하고 열정적이면서도 밉지 않은 맹보람은 이선빈이 지금까지 선보였던 연기들과는 다른 톤을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이었다.
"이렇게 순수하고, 마음속에 있는 진심 하나로 열정적으로 움직이는 인물을 앞으로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었어요. 조금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지만 밉지는 않은 캐릭터잖아요. 여기에 꼭 만나 뵙고 싶었던 선배님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점까지 출연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죠."

출연을 결심하고 이선빈은 캐릭터의 방향부터 잡았다. 처음에는 수능 출제위원이라는 직업적 특성을 살리기 위해 전문적인 모습을 연구하려 했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읽고 나니 맹보람은 그런 결의 캐릭터가 아니었다.
"맹보람은 여기 오면 안 될 사람이 우연한 계기로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어야 했어요. 다른 선생님들에 비해 현저히 잘 몰라야 하고 눈치도 없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밉게 보이면 안 됐죠. 전문적인 선생님처럼 보이기보다 학생들을 향한 진심 하나로 움직이는 사람이었으면 했어요."
외적인 변화 역시 같은 방향으로 이뤄졌다. 예뻐 보이려는 욕심은 내려놓고, 이선빈이 아닌 맹보람만 남기는 게 목표였다. 직전 작품을 제주도에서 찍느라 피부가 자연스럽게 탄 상태였는데 분장팀은 오히려 이를 반겼단다. 일부러 피부를 밝게 하거나 외모를 정돈하지 않았고, 머리는 볼륨 없이 질끈 묶고 메이크업도 최대한 덜어냈다.

"맹보람을 구현하려면 옷도 너무 몸에 딱 맞게 갖춰 입은 느낌이면 안 되겠더라고요. 밥도 우걱우걱 먹는 모습을 어떻게 살릴지 감독님과 고민했어요. 외모를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라는 게 자연스럽게 드러났으면 했죠. 촬영하면서 얼굴이 부으면 부은 대로 찍었어요. 짠 음식이 당기면 먹기도 했고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를 처음 보고 '너무 심했나?' 싶더라고요. 하하."
이선빈은 맹보람의 매력은 태도에서 온다고 말했다. 서툴고 눈치 없게 보일 수 있어도 자신의 부족함을 감추지 않으면서 옳다고 믿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가 관객들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맹보람은 학생들을 위해서라면 자신보다 훨씬 선배인 분들을 설득하려고 하잖아요. 그런 모습이 감독님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좋은 어른, 좋은 선생님의 모습으로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②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