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화문 변호사 박인준의 통찰'은 박인준 법률사무소 우영 대표변호사가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법과 사람, 그리고 사회 이슈에 대한 명쾌한 분석을 비즈엔터 독자 여러분과 나누는 칼럼입니다. [편집자 주]
"제가 잘못하긴 했는데요…"
"정말 미안하지만, 그 사람도 문제였어요."
형사사건을 다루며 가장 자주 듣는 말이다. 죄를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이유를 붙이고, 때로는 피해자 탓을 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본인은 그게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정작 재판부나 수사기관에는 구차한 변명으로 비칠 뿐이다.
형사사건에 임하는 태도는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죄를 인정한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오랜 실무 경험에서 보자면, 억지스러운 변명은 감형 가능성조차 없애는 독이 된다. 죄를 지었을 때, 어떤 말을 어떻게 하느냐보다 중요한 건 '입 다물 줄 아는 태도'와 '진정성 있는 반성'이다.
◆ 진심 없는 사과는 오히려 독
형사사건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죄를 부인하는 경우, 둘째는 죄를 인정하면서 감형을 바라는 경우다. 후자의 경우, 증거를 다툴 이유가 거의 없다. 그래서 재판에서 가장 중요해지는 건 사건 이후의 정황과 피의자의 태도다. 그런데 피의자들은 대개 말이 많아진다.
"잘못은 했지만…"으로 시작하는 말에는 대개 자기합리화가 들어 있다.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거나, 자신의 상황을 지나치게 장황하게 설명하며 연민을 유도하려 한다. 하지만 법조인들은 그 의도를 금세 간파한다. 오히려 진정성 없는 태도라는 인상을 남길 뿐이다.
형법 제51조는 양형 조건으로 '범행 후 정황'을 제시하고 있다.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 진지한 태도, 수사나 재판에서의 반성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말 한마디, 태도 하나가 형량을 좌우하는 이유다.
◆ 말을 아끼고 전문가에게 맡기자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렇다고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말을 아끼고, 변호인을 통해 할 말은 제대로 하라는 것이다. 본인이 직접 말하면 변명처럼 들리지만, 변호인이 하면 합리적 설명이 된다. 그게 바로 변호인 제도의 존재 이유다.
물론 변호사라고 모두 같은 건 아니다. 경력과 명성도 중요하지만, 형사사건에 대한 실질적인 경험과 설득력 있는 조율 능력을 갖춘 전문가를 선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형사사건에서 피의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선택은 '무엇을 말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태도로 사건에 임할 것인가'다. 불필요한 말보다 진정한 반성과, 전략 있는 대응이 피의자를 구할 수 있다. 구차한 변명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그것이 법정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