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에서 계속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하 언슬전)'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가장 놀랐던 건 정보량이었다. 의학 드라마를 뼈대로 하는 만큼, 어려운 용어와 상황 설명이 잦았다. 그런 가운데, 인물의 감정을 놓치지 않는 것이 숙제였다.
"특히 1~2화에선 감정보다 정보 전달이 우선인 장면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대사를 익힐 때마다 '다혜는 지금 어떤 감정일까'를 먼저 생각하려 했죠. 목소리보다 표정, 표정보다 눈빛이 다혜를 설명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tvN 예능 프로그램 '지구오락실'의 팬이라고 밝힌 홍나현은 '지구오락실'과 '언슬전'의 제작사 에그이즈커밍 사옥에 방문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특히 '슬기로운 의사생활', '응답하라' 시리즈의 감독이자 '언슬전'의 크리에이터인 신원호 PD와의 만남은 차다혜라는 캐릭터를 설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대본 리딩 이후 감독님이 따로 시간 내서 캐릭터 얘기를 해주셨어요. 제가 등장하는 장면과 전체를 조화롭게 바라보는 시선을 배울 수 있었고, 또 화내는 장면에선 절제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언을 들었어요. 조연이라고 너무 힘 뺄 필요 없이, 확실하게 감정을 표현해야 상대 배우가 그 감정을 이어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차다혜와 가장 많이 부딪힌 인물은 엄재일(강유석)이었다. 겉으론 불편한 관계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배려와 따뜻함이 깃든 관계다. 엄재일 역의 강유석과는 초반부터 많은 장면을 함께하며 빠르게 호흡을 맞춰갔다.
"유석 오빠는 극 중 엄재일과는 다르게 엄청 신중한 사람이에요. 즉흥적이고 본능적일 것 같은데 촬영 전에 꼼꼼하게 준비해요. 아무래도 주인공이다 보니 제가 미리 장면을 맞춰보자고 말하기가 조심스러웠는데, 촬영 들어가기 전에 먼저 합을 맞춰보자고 말해줘서 참 고마웠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마지막 화에 조준모(이현균) 교수에게 재일이 인정받은 것이라며 호들갑을 떠는 장면을 말했다. 홍나현은 "그 장면이 가장 차다혜다운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님께서 다혜와 재일이가 함께 빵 터지는 그 장면을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처음 다혜와 재일이 맞붙게 됐던 1화의 '콧물' 신을 오마주한 느낌도 들었고, 다혜라는 캐릭터가 사실 이렇게 잘 웃는 사람이고 살가운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는 장면 같았거든요. 방대한 '언슬전' 서사 속에서 다혜의 이야기가 마무리된 느낌이었어요."
③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