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화문 변호사 박인준의 통찰'은 박인준 법률사무소 우영 대표변호사가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법과 사람, 그리고 사회 이슈에 대한 명쾌한 분석을 비즈엔터 독자 여러분과 나누는 칼럼입니다. [편집자 주]
공직사회에 '갑질' 경계경보가 내려진 지 오래다. 사소한 말 한마디도 때로는 징계의 덫이 된다. 얼마 전 만난 한 공무원은 회식 자리에서 후임 직원에게 고기를 구우라고 시킨 말 한마디로 '부당 갑질자'라는 낙인이 찍혔다고 찾아왔다. 현명한 행동은 아니었지만, 정말 이 정도의 행동까지 법이 나서서 징계해야 하는지 깊은 고민이 들었다.
◆ 부적절한 행동이 모두 갑질은 아니다
필자는 사건의 본질을 다시 짚어봤다. 친하지 않은 후임에게 굳이 고기를 구우라고 요청한 행동이 분명 적절하진 않았다. 그러나 이를 곧바로 '부당 갑질'이라 규정하고 징계 처분까지 내리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았다.
부적절한 행동이 곧바로 징계 대상이 되어버리면, 공직사회는 작은 실수에도 과도한 처벌을 걱정하는 위축된 환경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징계는 명확한 기준 아래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 법의 남용, 권력의 폭력이 될 수 있다
이 사건은 처음엔 '소청심사'에서 기각되었다. 소청심사란 공무원이 징계 등 불이익 처분을 받았을 때 행정기관 내부에서 처분의 부당함을 심사하는 절차다. 그러나 이는 법원이 아닌 행정부의 내부 판단으로, 때로는 행정기관의 논리에 치우칠 가능성이 있다.
결국 필자는 소청심사의 한계를 인식하고 행정소송을 진행했다. 소송에선 일회적이고 우발적인 행동을 지속적이고 악의적인 갑질과 동일시할 수 없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또한 징계의 기준이 모호하면 오히려 조직이 이를 이용해 내부적으로 부당한 통제와 억압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이 논리를 받아들여 징계 처분을 취소했다. 이 사례는 법이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신중하게 적용될 때만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 의미 있는 승소였다.
법의 잣대가 필요하되, 모든 인간관계의 사소한 실수까지 법적 제재의 대상으로 삼는 건 위험하다. 징계의 기준은 명확하고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법치주의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