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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변호사 박인준의 통찰] 형사 사건, 변호사 없으면 큰일난다
입력 2025-06-19 12:30    수정 2025-06-23 15:31

▲광화문 변호사 박인준의 통찰(비즈엔터DB)

'광화문 변호사 박인준의 통찰'은 박인준 법률사무소 우영 대표변호사가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법과 사람, 그리고 사회 이슈에 대한 명쾌한 분석을 비즈엔터 독자 여러분과 나누는 칼럼입니다. [편집자 주]

"어차피 내가 한 일이 뻔한데, 굳이 변호사까지 선임해야 할까?"

형사사건에 연루된 많은 사람들이 던지는 질문이다. 특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착각 중 하나다.

형사사건은 크게 두 가지 경우로 나뉜다. 범행을 부인하는 경우와 범행을 인정하면서 감형을 요청하는 경우다. 흥미롭게도 변호 사건의 80~90%는 후자, 즉 양형 변론이 차지한다. 그렇다면 이미 범행을 인정한 상황에서 변호사가 과연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까?

◆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 보호막

형사사건에서 변호사를 선임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수사기관으로부터의 인권 침해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있다. 변호인이 조사 과정에 동석하게 되면, 경찰이나 검찰 수사관이 자신의 재량 범위를 넘어서 과도한 수사를 할 여지가 현저히 줄어든다. 변호인의 존재 자체가 수사기관의 과잉 수사를 견제하는 강력한 장치가 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형식적인 보호막이 아니다. 수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인권 침해를 실질적으로 방지하며, 피의자가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 변명에서 변론으로

"피의자 본인이 이야기하면 변명이지만, 변호인이 대신 이야기해주는 순간 그것은 정당한 변론 활동이 된다." 이 명제는 형사변호의 본질을 꿰뚫는다. 똑같은 내용이라도 누가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는 천양지차다.

변호인은 변호인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사건의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여기에 반성문, 탄원서 등 양형 자료와 각종 증거 자료를 첨부하여 의뢰인의 입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감정에 치우치거나 산만할 수 있는 당사자의 주장을 법리적 논리와 설득력을 갖춘 변론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 범행 부인 시 전문적 조력

범행을 부인하는 경우라면 변호사의 역할은 더욱 명확해진다. 사실관계에 대한 정밀한 분석, 법리 문제에 대한 논박, 증거 능력과 증명력에 대한 검토 및 탄핵 등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일반인이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하고 어려운 법적 쟁점들을 변호사가 체계적으로 다뤄나간다.

◆ 권리 보호의 마지막 보루

결국 형사사건에서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은 자신의 인권과 권리를 보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수사기관의 과잉 수사를 견제하고, 자신의 입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복잡한 법적 쟁점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것. 이 모든 것이 변호사 선임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어차피 뻔한 일인데"라는 생각으로 변호사 없이 형사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형사사건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걸린 중대한 문제다. 이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마저 외면할 이유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