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화문 변호사 박인준의 통찰'은 박인준 법률사무소 우영 대표변호사가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법과 사람, 그리고 사회 이슈에 대한 명쾌한 분석을 비즈엔터 독자 여러분과 나누는 칼럼입니다. [편집자 주]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IT 강국이다. 민사, 행정, 가사, 특허 소송 등 대부분의 법정 분야에서는 2010년부터 전자소송이 도입되어 편리하게 진행되고 있다. 변호사들은 인터넷 전자소송 시스템에 접속해 소장이나 준비서면 등 소송 서류를 주고받으며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형사 분야만 유일하게 전자소송이 도입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2025년 10월부터 형사재판 분야에도 전자소송이 도입될 예정이다.
◆ 현재 시스템의 비효율성
'죄와 벌'을 다루는 형사 분야에서는 현재 수사 기록을 일일이 복사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방식이 유지되고 있다. 변호사 사무실 직원들이 정해진 시간에 가서 수십만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사건 기록을 복사해야 하는데, 하루 만에 복사가 불가능한 경우도 허다하다.
설상가상으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개인 정보를 일일이 가리는 '마스킹' 작업까지 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변호사 사무실 직원들에게 큰 일이다. 21세기가 들어선 지 언젠데 아직도 몇만 페이지를 일일이 복사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전자소송 도입의 기대 효과
형사 전자소송 도입은 변호사들에게 정말 환영할 일이다. 무엇보다 재판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어, 궁극적으로 피고인의 방어권이 보장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는 단순한 편의성 개선을 넘어 사법 정의 구현의 핵심적인 변화다.
또한 이러한 변화는 사법 시스템의 효율성과 현대화를 이끌어낼 것이다. 수사 기록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접근이 가능해지면, 변호사들은 더 충실한 변론 준비를 할 수 있고, 이는 결국 공정한 재판으로 이어진다.
◆ 불확실성 속의 희망
물론 실제 시행 여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이미 한 차례 연기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약간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빨리 도입됐으면 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형사 전자소송 도입이 단순히 절차의 편의성을 넘어, 더욱 신속하고 공정한 정의 구현에 기여할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예정대로 오는 가을부터는 형사 소송도 전자소송으로 편하게 진행됐으면 좋겠다. 그래야 21세기 IT 강국다운 사법 시스템을 갖추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