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걸 어떻게 구현하려는 걸까."
영화 '호프' 시나리오를 처음 받아 든 조인성의 머릿속을 스친 생각이다. 한국형 SF, 그것도 나홍진 감독의 작품이라는 무게가 만만치 않았다.
조인성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비즈엔터와 만나 영화 '호프'를 통해 한국형 SF에 도전한 계기, 나홍진 감독과의 작업, 극한의 액션을 소화한 과정 등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호프'는 산불로 지원 인력마저 자리를 비운 외딴 호포 마을에서 미확인 생명체와 맞닥뜨린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조인성은 범석(황정민)의 사촌이자 호포항의 사냥꾼 성기를 연기했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정체불명의 존재를 쫓아 산으로 향한다.
"한국에서 SF 장르가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나홍진 감독님이 이런 도전을 하신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웠죠. 동시에 저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많이 했어요. 힘든 촬영이 될 텐데 끝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작품의 완성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홍진 감독의 전작들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액션 강도가 높으리라는 것도 각오한 부분이었다. 힘든 현장이 되더라도 그건 결국 배우가 짊어져야 할 몫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감독님의 전작들을 보면 어떤 현장일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어요. 그걸 알고도 제가 선택한 작품인 만큼 누구를 탓할 수도 없죠. 결국 제 책임이라고 생각했어요."
힘든 촬영이 될 걸 각오했기에 그는 오히려 마음을 느긋하게 먹었다. 처음부터 오래 걸릴 거로 생각하고 촬영장에 들어갔다. 그런 마음을 먹으니 예상보다 촬영이 빨리 끝나는 날은 오히려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여러 도전 중에서도 조인성이 가장 특별하게 꼽은 건 '한국형 SF'라는 장르 자체였다. 익숙함과 낯섦의 결합이 '호프'만의 정체성이라고 봤다.

"SF는 인간의 상상력을 가장 자유롭게 보여주는 장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호프'는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과 정서를 바탕으로 그 상상을 풀어냈다는 점이 특별했어요. 흔히 '논두렁 액션 SF'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과 정서를 담아낸 SF라는 점이 신선했어요."
영화 속 긴장감을 유지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숲속을 걷는 장면에서는 긴 시간 같은 감정을 유지해야 했다.
"보시는 분들은 잠깐이라고 느끼실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숲속을 정말 오래 걸었어요. 긴장감을 계속 유지하는 게 가장 어려웠죠. 나홍진 감독님도 그 무드를 끝까지 놓치지 않으려고 하셨고, 배우들도 그 호흡을 계속 이어가려고 노력했어요."
②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