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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리뷰] '암살자(들)' 결말을 알아도 심장이 반응한다
입력 2026-09-11 00:00   

▲영화 '암살자(들)' 스틸컷(사진출처=㈜하이브미디어코프)

총성이 울린다. 영부인이 쓰러졌다. 그리고 범인은 현장에서 붙잡혔다. 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대한민국 현대사에 박제된 이 비극적인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사건의 결말을 모두 아는데 영화는 마치 처음 벌어지는 일인 것처럼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덕분에 관객들은 131분 내내 숨 고를 틈이 없다.

영화 '암살자(들)'은 육영수 여사 피살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만큼 역사와 다른 결과를 보여주진 않는다. 하지만 그날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고, 그곳의 사람들은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따라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영화 '암살자(들)' 스틸컷(사진출처=㈜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의 중심에는 진실을 좇는 세 사람이 있다. 저격 사건을 직접 목격하고 수사의 최전선에 선 형사 박철구 역의 유해진은 끝까지 수사를 포기하지 않고 진실을 파헤친다. 거대한 사건 앞에서 좌절하고 씁쓸한 순간을 겪으면서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놓지 않는 인물이다.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도 쉽게 물러서지 않는 박철구를 유해진 특유의 현실적인 연기로 그려내면서, 인물의 답답함과 인간적인 면모를 함께 살려냈다.

▲영화 '암살자(들)' 스틸컷(사진출처=㈜하이브미디어코프)

쉽게 물러서지 않는 태도로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세상에 알리려는 신문사 사회부 부장 김재환 역의 박해일도 강렬하다.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기자로서 해야 할 일을 놓지 않는 인물이다. 이전 작품에서 보여줬던 모습보다 한층 더 카리스마 있고 단단한 얼굴을 보여주는데, 묵묵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서 진실을 알리려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 박해일이라는 배우에게 다시 한번 반하게 될 만큼 존재감이 크다.

▲영화 '암살자(들)' 스틸컷(사진출처=㈜하이브미디어코프)

저격 사건 현장에 있던 열정과 패기의 신입 기자 한영일 역의 이민호는 기존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그동안 보여줬던 왕자 같은 모습에서 벗어나 어딘가 어리숙해 보이면서도 중요한 순간에는 침착하게 사건의 실체를 좇아간다. 처음에는 서툴러 보이지만 사건을 알아갈수록 자신만의 방식으로 진실에 다가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세 사람은 서로 다른 위치에 있지만 결국 같은 곳을 바라본다. 형사로서, 기자로서, 그리고 사건을 직접 목격한 사람으로서 각자의 자리에서 진실을 좇는다. 거대한 사건 앞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는 이들의 모습이 영화의 중심을 단단하게 잡아준다.

▲영화 '암살자(들)' 스틸컷(사진출처=㈜하이브미디어코프)

특별출연을 보는 재미도 상당하다. 정우성, 오정세, 배성우, 박지환, 류혜영, 김대명, 박해준, 심은경, 박성훈, 박훈, 엄지원, 박정민 등 20여 명의 배우가 특별출연으로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짧은 등장만으로도 강한 인상을 남기는 배우들이 이어지면서 영화의 재미를 한층 끌어올린다. '저 배우가 여기서 나오네?' 하는 반가움 덕분에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지만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허진호 감독이 왜 육영수 여사 피살 사건을 영화로 만들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감독은 영부인 저격 사건을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왔고, 이미 미디어에서 여러 차례 다뤘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의문에 주목했다고 한다. 사건의 진실이나 배후를 단정하는데 집중하지 않고 동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감정과 당시의 공기를 담아내는 데 무게를 뒀다.

▲영화 '암살자(들)' 스틸컷(사진출처=㈜하이브미디어코프)

그래서 '암살자(들)'은 단순히 사건의 결과를 보여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사건을 직접 마주한 사람과 진실을 쫓는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가며 그날의 상황들을 하나씩 쌓아간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사건의 결과지만, 영화는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의심했는지 그리고 어떤 일을 겪었는지를 보여준다.

어둡고 마음 아픈 우리의 근현대사를 다시 들여다보는 일은 편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암살자(들)'은 무거운 역사적 사건을 131분 동안 팽팽한 긴장감으로 끌고 가며 관객을 그날 현장의 일원으로 만든다. 그 순간만큼은 이미 알고 있는 결말조차 잊게 한다.

1974년 8월 15일, 우리가 알고 있던 그 날을 긴장하며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것, 그것이 '암살자(들)'의 가장 큰 힘이다.

23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31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