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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한바퀴' 화성 시장
입력 2025-11-22 10:00   

▲'동네한바퀴' 화성(사진 = KBS1 제공)
'동네 한 바퀴'가 화성 사강시장 연포탕 & 칼국수 식당, 조암시장 무청김치국수, 발안만세시장 고려인 만두, 궁평항 꽃게 식당 등을 만난다.

22일 '동네 한 바퀴'에서는 경기도 화성 사강시장, 조암시장, 발안만세시장, 궁평항을 찾아 다채로운 맛에 반한다.

◆화성 갯벌의 맛, 사강시장 부부가 지킨 생낙지 연포탕

한때 서해 바닷물이 코앞까지 밀려들던 화성 사강시장. 시화방조제가 들어선 뒤 바다는 멀어졌지만, 이 오래된 시장은 여전히 그 시절의 숨결을 품고 있다. 그 한가운데, 생낙지로만 요리하는 부부의 작은 식당이 있다. 60대 남편 김기식 씨는 매일 물때에 맞춰 혼자 갯벌로 나가 5시간씩 낙지를 잡는다. ‘그날 잡은 낙지로만 만든 맛’을 지키기 위해서다. 아내 박연숙 씨는 남편이 직접 잡아 온 낙지 한 마리를 통째로 넣어 연포탕과 칼국수를 끓인다. 오늘도 이 부부는 돈보다 ‘제철의 맛’과 ‘정직한 한 그릇’을 고집한다. 그 마음이 담긴 연포탕 한 그릇을 맛본다.

▲'동네한바퀴' 화성(사진 = KBS1 제공)
◆요트로 전곡항을 누비는 털보 선장의 인생 2막

서해지만 물이 빠지지 않는 전곡항. 수도권에서 손꼽히는 요트항답게 늘 요트가 빼곡하다. 이곳에는 은퇴 후 새로운 인생을 연 ‘털보 선장’이 있다. 과거 준공무원으로 틀에 갇힌 삶을 살던 그는 우연히 체험한 요트에서 더 넓은 세상을 봤다. 해양 안전 자격을 모두 갖춘 뒤, 지금은 화성의 풍력발전기와 제부도, 갯벌의 삶을 직접 해설하며 바다를 누빈다.

요트는 그의 삶의 무대이자 추억이 깃든 공간이다. 바다 위에서 백파이프를 연주하며 사람들에게 행복을 나누는 그의 항해는 오늘의 전곡항이 ‘배우고 즐기는 살아있는 바다’로 변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낭만 가득한 인생 2막에 올라본다.

▲'동네한바퀴' 화성(사진 = KBS1 제공)
◆백 년 조암시장에서 만난 어머니 표 무청김치국수

1929년 문을 연 화성 조암시장은 오랜 세월 지역의 삶을 품어온 장터다. 예전처럼 북적이지는 않아도 이곳에는 골목 끝 작은 식당에서 56년째 자리를 지켜온 79세 윤영숙 어머니 같은 사람들이 있다.

▲'동네한바퀴' 화성(사진 = KBS1 제공)
시집온 그날부터 조암시장과 함께해온 영숙 어머니는 매일 직접 담근 무청김치를 올린 국수 한 그릇을 낸다. 8천 원짜리 국수 한 그릇에도 반찬 그릇엔 김치를 산더미처럼 쌓아주는 것이 그녀의 오래된 방식이다. 근처 터미널이 붐비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손님이 많든 적든 새벽이면 가장 먼저 불을 켜고 문을 연다. 한 명이 와도 제대로 대접한다는 그 마음 하나로, 냉장고엔 늘 김치가 가득하다. 십여 년 전 남편을 떠나보낸 뒤 식당은 그녀의 낙이 되었고, 일할 수 있는 매일이 더 고마워졌다고 말한다. 정성과 세월이 고스란히 담긴 어머니의 무청김치국수와 따뜻한 미소를 만난다.

▲'동네한바퀴' 화성(사진 = KBS1 제공)
◆ 발안만세시장ㅡ다문화 골목에 퍼지는 고려인 만두의 향기

세계음식문화특화거리로 지정된 화성 발안만세시장. 800여 점포 중 절반 가까이가 외국인이 운영하거나 외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그야말로 다국적 향이 살아있는 시장이다. 이곳에는 만두 빚는 한국인 남편과 고려인 아내 박플로리다 씨 부부가 있다. 부부가 내놓는 메뉴는 고려인식 왕만두 ‘피고디’. 두툼한 피에 양배추와 소고기 덩어리를 듬뿍 넣어 빚는 방식은 우즈베키스탄 시절 플로리다 씨의 할머니가 만들던 그대로다. 고향의 전통을 이어가는 이 만두들은 인근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잊고 지냈던 추억을 되살려주는 맛이 된다. 다문화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부부의 정성과 이야기를 마주한다.

▲'동네한바퀴' 화성(사진 = KBS1 제공)
◆만선보다 큰 행복, 궁평항 꽃게 부부의 이야기

가을이면 꽃게로 들썩이는 궁평항. 수조 가득 꽃게를 옮기는 이봉원 씨의 곁에는 늘 든든한 동반자, 아내 정점옥 씨가 있다. 경남 함양에서 자란 점옥 씨에게 바다는 낯선 세계였다. 외환 위기로 남편의 사업이 무너진 뒤, 생계를 위해 떠나온 화성에서 부부는 함께 배를 탔다. 그물에 걸려 바다로 끌려 들어갈 뻔한 날 이후 봉원 씨는 힘들어하는 아내를 두고 바다에 더 매달렸다. 남편은 어선의 선장이 되고 아내는 어물상의 사장님이 되어 궁평항에서 새 삶을 일구었다.

이제 점옥 씨가 바라는 건 단 하나, 만선의 기쁨보다 무사히 돌아오는 남편의 얼굴이다. 그 마음을 아는 봉원 씨는 출항 4시간이 지나면 곧장 궁평항으로 키를 돌린다. 바다에서 얻은 건 고기보다 서로를 지켜온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