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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변호사 박인준의 통찰] 퇴근 후 카톡 금지법, 과연 필요한가?
입력 2025-07-31 12:30   

▲광화문 변호사 박인준의 통찰(비즈엔터DB)

'광화문 변호사 박인준의 통찰'은 박인준 법률사무소 우영 대표변호사가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법과 사람, 그리고 사회 이슈에 대한 명쾌한 분석을 비즈엔터 독자 여러분과 나누는 칼럼입니다. [편집자 주]

2016년부터 국회에 발의되어 왔지만 아직 통과되지 못한 '퇴근 후 카톡 금지법'은 퇴근 후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카톡이나 문자로 업무를 지시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려는 법안이다. 프랑스, 스페인, 호주 등에서 법제화된 '연결되지 않을 권리' 개념을 바탕으로, 근로자의 휴식권을 보장하고 공과 사의 영역을 분명히 구분하려는 취지다.

◆ 팽팽한 찬반 논리

찬성 측은 '연결되지 않을 권리'와 근로자의 휴식권 보장을 위해 이 법안의 법제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퇴근 후에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업무 연락이 근로자의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반대 측은 이 법이 '과도한 국가 후견주의'에 해당한다고 비판한다. 기존 법 체계 내에서도 부당한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규정들이 이미 존재하므로, 새로운 법 제정은 '옥상옥'이며 일종의 '포퓰리즘'이라는 시각이다.

◆ 법안 자체의 모순

현재 발의된 법안은 광범위한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금지하되, 해당 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노사 양측 간의 협의에 의해 달리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예외 조항의 존재는 과연 이 법안이 반드시 '금지 규정'으로 제정되어야 하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 법 만능주의를 넘어서

모든 사회 현상을 법으로만 규율하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기존 법 시스템이나 단체 협약, 취업 규칙 내의 의무 규정을 통해 간접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방법도 충분히 존재한다. 법 이외에 사회 인식 수준이나 도덕성을 통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면, 그런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더 건전하다. 대한민국 사회는 그 정도 수준까지 성장했다고 판단한다.

퇴근 후 카톡 금지법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법안 자체의 모순과 광범위한 예외 규정, 기존 제도를 통한 해결 가능성을 종합해볼 때, 새로운 법 제정이 최선의 해결책인지 의문이다. 사회 구성원들의 성숙한 인식과 자율적 규제를 통해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닐까. 앞으로 관심이 쏠리는 사안이지만, 법보다 더 강력한 사회적 합의와 문화적 변화가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