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방송되는 EBS1 '건축탐구 집'에서는 도시를 떠나 숲에서 치유 받은 춘천의 느티나무 공방 집을 탐구한다.
◆나무를 살린 나눔 집
강원도 평창, 나무를 지키기 위해 나눠 지은 집이 있다? 나무가 무성한 숲 속, 여러 채의 집에 사는 사람은 오직 건축주 부부 뿐이다. 이 집을 짓기 위해 중년의 나이에 영끌을 하고 총 1년 반이라는 시간을 기다렸다. 자연을 생각해 집을 나눠서 지은 건축주 부부의 정체를 공개한다.
그 정체는 바로 도시보다는 자연에서의 삶을 동경한 아내 김정수 씨와 아내의 소망을 이뤄주고 싶었던 남편 이용호 씨다. 부부는 현재의 땅을 찾기까지 오랜 시간 동안 서울로부터 약 반경 200km 내에 있는 땅들을 찾아다녔다. 그러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현재의 땅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땅의 숲과 나무에 반한 정수 씨는 나무를 지켜줄 건축가를 찾아 나섰다.
이렇게 한 이유는 숲속에 있는 나무들은 한 그루도 베지 않고 짓고 싶었기 때문이었다고. 그러다 현재 집을 지어준 건축소장님과 연이 닿게 되었고 첫 미팅을 땅에서 진행했다. 가치관이 맞는 두 사람이 만나 집짓기가 시작됐다.
부엌과 거실 등 공용공간을 겸한 카페동, 집 짓기 전 땅에 익숙해지기 위해 1년간 장박한 자리에 지은 부부의 보금자리인 주인동, 또한 지인들과 가끔 놀러오는 바쁜 아들을 위한 손님동, 그리고 부부의 로망이 실현된 야외 공간까지. 부부는 자연을 지키기 위해 나무를 피해 집을 네 동으로 나눠서 지었다. 하지만 분리된 건물들 사이로 처마가 연결되어 있어 떨어져 있어도 하나의 생활공간처럼 동선이 연결되어 있다.
주방 겸 실내 거실로 쓰이고 있는 카페동은 특이하게도 바닥이 콘크리트로 마감되어 있다. 콘크리트가 양생이 되며 생긴 균열을 그대로 둬 자연스러움을 더해 중목구조의 집과 조화를 이룬다. 중앙에는 정수 씨가 한눈에 반해 산 낡은 소파가 있다. 소파 앞 벽면을 창으로 둬 부부는 넓은 숲을 바라보기도 하고 또한 숲이 하나의 벽이 되기도 한다.
주인동은 부부의 안락한 보금자리이다. 기와를 지붕에서 벽까지 외장재로 사용해 여러 채 중 눈에 띄는 외관을 자랑한다. 가장 평수가 작은 집이지만 집에서의 필수적인 기능들로 채워져 있다. 특히 이 작은 집에서도 숲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1층 남편의 공간에는 숲을 바라보는 걸 좋아하는 남편을 위한 큰 창이 마련되어 있다. 다락에는 부부가 숲에서 깬 듯한 느낌을 받도록 침대 옆에 나무를 담은 삼각 창을 두었다.
방문하는 이들을 위한 손님동은 1층 평상 옆 큰 창을 둬 숲을 담았다. 부지런한 사람마저 자연의 흐름 속에서 편하게 쉬게 되는 곳이다. 하지만 손님동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욕실에 있다. 온천을 좋아하는 부부의 로망이 담긴 욕실은 큼지막하게 깊게 파인 욕조와 고풍스러운 타일이 눈길을 끈다. 욕실에도 숲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창을 두었다. 거기다 잠시 쉴 수 있도록 소파까지 있어 집안 곳곳 자연 속에서 온전히 쉴 수 있는 쉼의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다.
조형미를 위해 돌판으로 둘러진 기둥이 있는 마지막 야외공간은 부부는 벽난로를 틀고 자연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게 지었다.
숲에 반해 중년의 나이에 서울 집까지 팔아가며 짓게 된 집. 되팔기 위해 지은 집이 아닌 온전히 행복을 위해 부부는 집을 지었다. 특히 결혼 전까지 나의 공간이라고는 가져본 적 없었던 정수 씨는 이제는 그 누구도 가질 수 없는 숲집을 갖게 되었다.

강원도 춘천, 3평 남짓한 소로의 오두막을 찾아라. 월든의 소설을 보고 감명 받아 건축주 홀로 지은 작은 오두막 집. 외관부터 소로의 오두막을 똑 닮은 이 집은 건축주의 별채로 사용되고 있는 곳이다. 여러 공간에서 지내봤지만 결국엔 큰 공간은 의미가 없다고 깨달은 건축주에게는 안성맞춤인 오두막이다.
대학교 졸업 후 디자이너로 일했던 건축주 정성필 씨. 우연히 들른 공방에서 목재가구를 만진 후 나무의 느낌이 좋아 가구 목수의 길을 가게 된다. 성필 씨는 가구를 배운지 1년 만에 개인 공방을 내고 본격적으로 가구 만드는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업이란 쉽지 않았다. 일에 지치고 사람에 치여 몸에 피로가 하나둘씩 쌓일 무렵, 공장에 큰 화재가 나고 말았다. 그로 인해 성필 씨는 가족처럼 생각했던 반려견을 떠나보냈고, 뒤이어 터진 사기로 인해 사람에 대한 믿음을 잃고 말았다.
성필 씨가 숲으로 들어온 이유는 바로 그것. 이미 사람에 지칠 대로 지쳐 대인기피증마저 생겼던 성필 씨는 믿을 수 있었던 동료 목수 분들과 함께 본인의 공방을 지었다.
성필 씨의 공방은 거대한 목공 기계를 놓기 위해 창을 달지 않았다. 자연을 즐기며 작업을 하기보다는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간이다. 그곳에서 성필 씨는 나무를 만지고 깎으며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낸다. 성필 씨의 공방을 지나면 바로 성필 씨가 먹고 자고 생활하는 공방 속 집이 있다. 이 공간의 하이라이트는 성필 씨가 집을 지을 때 지키고 싶어했던 느티나무. 나무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던 가구 목수 성필 씨는 고창 뿐인 공방과 달리 집의 삼면을 창으로 둘러 느티나무의 사계절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성필 씨는 이 작은 공간에서 종종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자연을 즐기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소소한 행복을 작은 공간에서도 충분히 누리고 있다.
성필 씨는 가끔 힘든 일이 있으면 느티나무에게 하소연을 하거나 이따금씩 찾아오는 직박구리에게 먹이도 주며 자연과 점차 친구가 되어가는 중이다. 이전의 생활보다는 더 소박한 삶을 살아가도 점차 치유 받고 있는 성필 씨. 힘들었던 과거를 겪었던 성필 씨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인 아내 소현 씨, 과거의 상처로부터 성필 씨를 보살펴준 자연 덕분에 부부의 마음도 더욱 돈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