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방송되는 EBS1 '건축탐구 집'에서는 전혀 다른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우주집의 비밀을 탐구한다.
◆바오밥나무 사진작가의 ‘빈티지 집’
양평 산자락에 들어서면 이국적인 분위기의 붉은 벽돌집이 눈길을 끈다. 단풍 든 넝쿨이 건물 전체를 감싸고 있는 매력적인 집, 그 안에 범상치 않은 헤어스타일에 재봉틀을 돌리는 남자가 있다. 이 집의 주인공은 바로 아프리카에서 사진 작업을 하는 신미식 작가이다. 그는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밥나무를 대한민국에 최초로 알린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아프리카에서 귀국할 때마다 북한강 변을 한 바퀴 돌 정도로 양평을 사랑했던 그는 이곳에 자신의 집을 짓는 꿈을 꿨다. 그러던 중 단골 샵 주인이 추천해 준 집 한 채, 마을회관이다. 크기도 위치도 무척 마음에 드는 집이라 당장이라도 계약하려고 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집주인의 변심으로 계약은 성사되지 못했다. 그렇게 4년쯤 지난 후, 다시 걸려 온 전화! 아직도 집에 관심이 있다면 계약하고 싶다고. 예순이 되도록 월세만 전전했던 신미식 작가에겐 너무나 반가운 소식, 계약을 위해 한달음에 달려갔지만 이게 웬일! 이 집, 불이 나서 전소된 처참한 모습이었다. 직접 와서 본 현장은 불탄 가재도구가 가득한 참혹한 상태. 하지만 딱 발을 들인 순간, 그는 생각했다. ‘여기 내 집이 되겠구나’. 불에 그을린 흔적들이 한 폭의 유화 같아 마음에 쏙 들었다.
신미식 작가의 안목으로 리모델링한 집은 구석구석 볼 게 많아 눈이 바쁘다. 주방 가득한 집기들, 1920년대 타자기, 벽면을 빼곡히 채운 낡은 카메라들까지 언젠가 내 집을 갖게 된다면 어떤 모습으로 꾸밀까를 상상하며 오랜 시간 모아온 골동품이 집 내부를 가득 메우고 있다. 하지만, 이 집 역시 그만의 집이 아니다. 공간이란 자고로 함께 누릴 때 오히려 채워준다고 생각한다는 신미식 작가. 유럽의 카페 같은 감수성을 가진 그의 집 1층은 언제나 개방이 되어있고 지나가는 사람 누구라도 들어오면 값비싼 커피잔에 커피를 내려 대접한다. 2층 역시 신미식 작가만의 개인 공간이지만 침실과 작업실을 제외하곤 2층 거실 역시 베이스 캠프처럼 리모델링해, 많은 이들과 함께 쉼을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집에 대한 남다른 생각으로 이 가을을 따뜻하게 물들이고 있는 사진작가 신미식 씨의 집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책들이 태어나는 파주 출판도시. 이곳에 낮과 밤이 전혀 다른 집이 있다. 척 봐도 특이한 외장에, 마치 성인지, 요새인지 가늠이 안 될 정도로 웅장한 규모인 집. 심지어 일반 출입문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거대한 문이 눈을 사로잡는 집이다.
이곳에 사는 부부는 다름 아닌 예술가 부부! 미디어 아티스트 한호 작가와 사실주의 작가 장성민 씨다. 부부는 인생을 함께 항해한다는 의미를 담아, 양옆이 뾰족한 대형 방주 형태의 집을 만들었다. 특히 부부 모두 화가로서 대형 작품을 만드는 데 문제가 없도록 초대형 작업실을 만들었는데 무려 층고가 10미터에 달한다. 특이한 점은 이렇게 높은 층고의 작업실에는 중간에 기둥이 없다는 것. 어떻게 이런 설계가 가능했을까?
작업을 마친 후, 부부는 4층 높이에 올린 3층 주거 공간으로 올라가 쉼을 만끽한다. 노출 콘크리트의 웅장함과 폐쇄적인 구조가 돋보이는 작업실과 달리, 주거 공간은 풍부한 채광과 개방감이 느껴지는 반전의 공간! 주거 공간을 빙 둘러 360도로 배치한 오픈 테라스는 주거 공간의 아늑함을 더해주는 것은 물론 부부가 일상의 여유를 누리는 아늑한 산책로다. 특히 이 집이 부부에게 더 각별한 것은 집의 준공일이 결혼식 날이 되었으며 결혼식 자체도 1층 작업실에서 했기 때문이다.
아직 하이라이트는 끝나지 않았다. 이 집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으로, 밤이 되면 건물 자체가 거대한 은하수를 품은 우주로 변한다. 이런 멋진 장관이 연출될 수 있는 이유는 콘크리트 외벽에 붙인 수천 개의 알루미늄 패널과 그 패널 위에 뚫은 수만 개의 구멍들 때문이다. 예술이 일상이 되고, 일상이 예술이 되는 공간에서 부부는 끝없는 상상력을 경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