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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탐구 집' 영광 광산 김씨 집성촌 인형의 집
입력 2025-11-25 21:50   

▲'건축탐구집' (사진제공=EBS1 )
'건축탐구 집'이 전남 영광 광산 김씨 집성촌 마을의 서울 부부의 집을 찾아간다.

25일 '건축탐구 집'에서는 해남의 처음부터 끝까지 건축주가 홀로 지은 집을 공개한다.

◆우리가 지은 모두의 집

전라남도 영광, 광산 김씨 집성촌에 인형의 집이 있다? 마치 동화 속에서 나온 것 같은 집이지만 하마터면 골조로 남을 뻔했다. 큰 꿈을 갖고 평생 살던 서울을 떠나 영광까지 온 건축주 부부는 사람 때문에 힘들었지만 결국 사람 때문에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다.

인형의 집의 건축주는 바로 아내 홍서정 씨와 남편 이태윤 씨 부부이다. 영광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보고자 평생 살던 서울을 떠난 부부는 2015년에 첫 골조를 올려 집짓기를 시작했다. 서글서글한 외모와 미소를 간직했던 건축업자를 믿어 의심치 않던 부부에게 절망은 하루아침에 찾아왔다. 건축업자의 하청 아래 집을 짓고 있던 목수들이 3개월 치 임금을 받지 못했다며 철수해 버린 것. 이미 건축업자는 연락 두절이 됐기에 부부에게 남은 건 미완성된 집과 텅 빈 통장의 잔고뿐이었다.

하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던 부부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준 사람들이도 있었다. 업자와 계약 당시 안면이 있던 목수가 부부의 사연을 알고, 후배 목수 한 명과 집을 완성해 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리하여 건축이라고는 해본 적 없는 남편 태윤 씨까지 합세해 본격적인 집짓기가 시작되었다. 또한 부부의 소식이 마을에 전해지자 평소 부부를 예뻐하던 어르신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집 앞에 음식을 가져다 두고 가기 바빴다. 집 짓는 동안에는 느티나무 정자에 앉아 공사가 잘 되어 가는지 지켜보는 인간 CCTV 역할까지 자처했다. 그렇게 두 목수님들의 헌신과 마을 어르신들의 배려로 부부를 위한 작고 아늑한 집이 탄생되었다.

마치 인형의 집을 연상케 하는 부부의 집에 들어가면 부엌과 거실이 연결된 공간이 나온다. 일단 완공만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짓기 시작한 집이지만 구석구석 부부의 취향이 담겨있다. 남편 태윤 씨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화장실은 1층과 2층으로 나눠져 있다. 바쁜 아침에 준비시간을 줄이기 위해 1층은 욕실을 두고 2층은 화장실로 나눈 것이다. 물론 볼일이 급할 때 2층까지 올라가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아내 서정 씨의 작업실과 남편 태윤 씨의 방을 연결하는 일명 오작교가 나온다. 원래는 방 하나를 더 넣어도 될 크기의 공간이었지만 좁은 집을 넓게 쓰기 위해 방 대신 다리를 넣었다. 덕분에 천장고가 넓은 집이 탄생하였다.

오작교를 건너면 인형을 만드는 서정 씨의 작업실이 나온다. 외관을 봤을 때 서정 씨의 방이 유달리 돌출되어 있는데 이는 좁은 집을 넓게 쓰기 위한 부부의 또 다른 비법이다. 이 방은 처음부터 서정 씨 작업실은 아니었다. 편찮으신 친정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영광을 잠시 떠났던 서정 씨. 덕분에 아버지와 함께한 1년 동안 인형을 만드는 실력이 나날이 발전하였다. 비록 아버지는 먼 길을 떠나셨어도 서정 씨는 아버지와의 추억을 마음속에 품고 원래 안방이었던 이 방을 서정 씨의 작업실로 만들었다.

사람들이 도움을 주지 않았더라면 이런 소박한 행복들마저 누릴 수 없을 거라고 하는 부부. 받았던 도움들을 언젠가는 모두 갚겠다는 마음으로 부부는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하마터면 골조만 남겨질 뻔한 부부의 인형의 집을 탐구해본다.

▲'건축탐구집' (사진제공=EBS1 )
◆선생님이 직접 공사한 집

전라남도 해남, 집짓기 전과 완공 후 모습이 나란히 있는 집이 있다? 마을에서도 산꼭대기에 집이 있어 한눈에 푸른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집이다. 개학을 하면 교사로, 방학만 되면 해남에 와 집짓기에 몰두했다는 선생님. 마을 사람들의 눈을 휘둥그레 만들게 한 건축주의 정체는?

건축주의 정체는 바로 특수교사로 재직하다 지난 8월 명예퇴직한 김선미 씨이다. 몇 년 전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낚시 관련 방송을 보고 선미 씨는 낚시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바다 위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끼던 선미 씨는 도시의 아파트를 떠나 바다가 보이는 땅을 찾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통해 보게 된 지금의 땅은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터였다. 하지만 그 터에 슬픈 사연이 있던 걸 몰랐던 선미 씨. 과거 이 땅에 친한 친구 둘이 같이 집을 지으려다 시공업자에게 사기를 당하면서 골조만 남겨진 땅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미 골조도 올려져 있겠다, 거기에 바다도 코앞이니 선미 씨에겐 안성맞춤인 땅이었다. 그리고 아파트에 살면서 직접 리모델링을 할 정도로 손재주가 좋았던 선미 씨는 이왕 인건비도 아낄 겸 스스로 집을 짓기로 결심한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방학을 이용해 집짓기에 몰두한 선미 씨. 외벽은 가볍기로 유명한 써모사이딩을 활용해 혼자서도 문제없이 시공하였다. 또한 건축업자도 힘들다고 하는 아치문을 오로지 유튜브만 보면서 시공해 현관 입구에 디자인을 더하였다. 내벽도 벽지가 아닌 페인트 도장. 그러나 일일이 퍼티작업과 사포질까지 하다 병원신세까지 졌다.

부엌은 평소 요리를 좋아하는 선미 씨의 취향대로 만들어져있다. 후드에서 찌든 기름이 음식에 떨어지는 게 싫었던 선미 씨는 이번에는 매립형 후드를 설치했고, 거실 역시 소파와 침대의 기능을 겸하는 침대 소파를 놓아 그녀만의 취향을 실현했다.

아파트에 거주할 때 화장실 리모델링도 직접 해보았던 선미 씨에게 화장실 공사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타일과 변기 설치부터 욕조 조적까지 문제없이 진행한 선미 씨. 이미 많이 아낀 건축비를 더 아끼고자 자재는 직접 트럭으로 나르고, 최고의 가성비 자재들을 해외 직구로 저렴하게 구매해 82.64 제곱미터(25평)의 집을 7천만 원이 안 되는 건축비로 완성해냈다.

선미 씨의 집은 다양한 국적의 자재들로 이뤄져 있지만 그중 끝판왕은 차고라는데... 웹서핑을 통해 비싼 자동 차고문을 국내 구입 가격의 절반 가격이 안 되게 사들이는 쾌거를 이루었다. 높은 층고의 거대 차고는 선미 씨의 로망으로 채워져 있다. 1년간의 짧은 미국 생활 중 차고 문화를 좋아했던 선미 씨는 그때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였다. 그중 작은 냉장고와 자동 차고문은 그 로망의 결정판. 냉장고에서 머핀과 음료 하나를 꺼내 차에 타고, 리모콘으로 차고문을 닫으며 집을 나서면 이런 여유로운 삶 참 괜찮구나 싶다.